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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존 캐리루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2015년 말 엘리자베스 홈즈가 창업한 최첨단 스타트업 기업 ‘테라노스’에 의혹을 품기 시작했고, 이를 끈질기게 취재한 끝에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밝혀냈다.
이 책을 쓰는 데만 무려 3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BAD BLOOD”. 나쁜 피라는 의미인데, 이 나쁜 피가 어떤 의미일까?
전대미문의 사기극을 펼친 엘리자베스 홈즈가 나쁜 피를 가진 나쁜 사람이라는 의미인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로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녀는 휴대용 키트에 피 몇 방울로 200여 가지의 병을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들의 혈액 분석을 통해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한 해 약 10만 명의 미국인이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이디어와 뜻은 훌륭했지만, 이것은 마치 인류가 화성에 가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극소량의 혈액을 작은 신용카드 모양의 카드에 넣어서 서버에 연결하고, 환장의 병을 분석하는 기술은 애당초 무리였다.
하지만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 언론은 그녀를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극찬했고, 그녀는 포브스의 표지 모델로도 등장했다.
사실 그녀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수재였고, 부모도 상당한 지력과 재력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경쟁심이 강했고, 어렸을 적 꿈이 10억 달러를 버는 것이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또한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스탠포드 대학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기술을 습득한 후에 다른 성공한 스타트업 CEO들처럼 스탠포드를 자퇴했다.
그녀의 아버지 크리스천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며, 그녀에게 ‘목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어릴 적 영향으로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 했고, 그것이 바로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게 해서 화학공학과에 입학해서 기술을 배웠다.
그녀가 ‘테라피’(Therapy, 치료)와 ‘다이애그노스’(Diagnose, 진단하다)의 합성어인 ‘테라노스’를 설립한 후 그녀의 뛰어난 언변과 이상으로 많은 인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 회사에 합류한 후에 그녀의 현실과 이상이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그녀에게 반대를 하면, 바로 해고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다. 그녀는 특히 기술부서의 개발이 느리다고 불평했고, 기술부가 24시간 가동되어야 한다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술 담당 책임자인 에드먼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회사뿐이에요.” - p38
결국 그녀는 에드먼드와 경쟁시키기 위해서 다른 직원을 채용하고, 그가 프로젝트에 성공하자 가차 없이 에드먼드를 해고했다.
그녀가 제2의 스티브 잡스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마 직원들을 몰아세우는 강도 정도일 것이다. 적어도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보여줬지만, 그녀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직원들을 몰아세웠다.
또한 그녀는 부서와 부서간의 비밀주의(이 점도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기는 하다)를 유지해서, 각 개발 부서가 서로 무슨 개발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도한 비밀주의로 인해서 서로 간에 메신저로 얘기도 못했고, 그녀의 행정직원들은 부하 직원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키트를 개발하는 기술부서와 혈액을 분석하는 화학부서간의 소통 단절이었다. 그 누구도 전체적인 시스템을 테스트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했다.
“테라노스의 이상한 사내 분위기는 이사진이 1분기에 한 번씩 이사 회의를 주최할 때마다 더욱 심해졌다. 직원들은 바쁜 것처럼 보여야할 뿐만 아니라, 이사진이 지나갈 때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도록 지시 받았다.” - p56
그리고 그녀는 피의 ‘양’에 집착해서, 단지 한 방울로 평가를 할 수 있는 키트를 원했다. 더군다나 이 키트는 1회용이고, 가격이 200불이나 되었다. 그들은 초기 자금을 금방 다 쓰고, 계속 투자를 유치해야했다. 더군다는 그녀는 테네시 주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을 체취하여 이를 샘플로 사용했다.
직원들은 이 샘플이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 사용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샘플은 테라노스와 화이자 제약회사간에 맺은 계약에 따라서, 테라노스의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어디에 쓰이는지 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결국 2018년 3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테라노스와 홈즈를 “장기간의 정교한 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고소했다. 그녀는 이를 취하하기 위해서 회사의 투표권을 포기하고, 5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했다. 또한 향후 10년 동안 상장 회사의 임원 또는 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그녀를 ‘소시오패스’(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라고 판단할 지는 심리학자들이 내릴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많은 직원들과 사람들을 능수능란하게 속이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려고 했다. 물론 저자가 묘사한 바와 같이 처음에 그녀의 이상과 비전은 높고 순수했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자, 그녀는 양심을 버리고,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야망은 헛된 꿈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많은 창업자나 벤처 투자자들에게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업가에게 ‘비전’과 ‘꿈’은 당연히 필요하다.
어쩌면 다소 황당한 ‘비전’도 요구된다. 엘런 머스크가 화성 탐사선을 만들어서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할 때도 그의 비전은 황당해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꿈을 지지하고, 지금도 이들은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이 오직 개인적인 영달과 명성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얘기다.
또한 그 야망을 위해서 남들을 기만하고, 직원들을 종처럼 부려먹는 것은 망할 수밖에 없는 지름길이다.
많은 사업가들이 명심해야할 ‘엘리자베스 홈즈’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