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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평점 :
먼저 이 책의 서론에 있는 《논어》의 할 글귀가 눈길을 끈다.
“먼저 무기를 버리고 그 다음에는 음식을 버려라.
그러나 신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사람은 신뢰 없이 살 수 없다.
신뢰는 목숨보다 중하다.” -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2천 년 전에도 이렇게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지키려고 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를 지키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신뢰다.
기업과 기업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역시 신뢰다.
요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신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신뢰는 고객과의 신뢰, 종업원과의 신뢰, 협력업체와의 신뢰 등 아주 다양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중요한 신뢰에 주목한다.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세계적인 신뢰 전문가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에 대한 MBA 과정과 ‘디지털 시대의 신뢰’에 관한 수업을 가르친다. 그녀는 TED 강연으로도 유명하고, <인스타일>의 ‘2018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서론부터 꽤 강렬하다.
저자가 결혼한 날,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 주식 시장은 붕괴됐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을 밝혀낸 진상 조사의 결과, 525쪽의 분량의 분석 보고서에서 답은 결국 ‘피할 수 있는’ 인재였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제도 안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결함이 잠복돼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공포와 의심과 각성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처럼 급속이 퍼져 나갔다.” - p16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미디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6년 36%에서 2017년 24%로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신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을 신뢰하는 세 번째 신뢰 혁명이 시작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첫 번째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지 않던 시절, 지역 공동체에서 살면서 갖고 있던 ‘지역적 신뢰’, 두 번째는 도시화가 되면서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게 되면서 ‘제도적 신뢰’를 갖데 되었다.
이제는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 그 초기 단계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공유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블록체인 등 아주 다양하다.
‘신뢰’는 어떻게 보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우리는 식당에 가서 낯선 사람이 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돈을 지불한다. 만약 그가 가짜 식용유나 이미 먹다 남은 찌꺼기로 음식을 만든다면 어쩌겠는가? 아니면, 그가 손님의 건강은 신경 안 쓰고, 몸에 안 좋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면 또 어쩌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식당 주인이 나쁜 재료를 쓰지 않고, 몸에 해로운 것을 넣지 않는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식당과 거래를 한다. 만약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서 미국의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 케네스 애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모든 상거래는 그 자체로 신뢰를 내포한다. 일정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거래에서는 특히 그렇다. 세계적으로 경제 후진성은 주로 상호 신뢰의 부족으로 설명된다.” - p42
이렇게 중요한 신뢰에 대해서 저자는 이제껏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고,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가장 솔직한 답변은 보험회사 직원이 ‘와이프한테 통화 내역을 지우지 않고, 휴대폰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공유경제, 플롯폼 비즈니스, 블록체인 등 세상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신뢰’다. 얼마 전에 《에어비앤비 스토리》를 읽었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제일 어려워했던 부분이 바로 ‘신뢰’다. 우리는 어떻게 집 주인인 호스트를 믿고, 집 주인은 어떻게 여행객들을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일부 여행객은 주인집을 초토화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고, 반대로 어떤 여행객이 집 주인에 의해서 압류되었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유경제를 이용해서, 남의 차를 이용하거나, 또는 나의 차를 빌려줄 수 있을까? 또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택시가 아닌) 목적지로 간다는 것을 10년 전만해도 어떻게 생각했을까?
현재까지는 큰 문제없이 진행 중이다. 물론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기업들은 이를 ‘신뢰 시스템’으로 해결하면서 신뢰를 유지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회사들은 보험을 통해서 이러한 난관을 해결하고, 또한 ‘사건’이나 ‘사고’의 확률을 최대한 낮추려고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해결해서 신뢰를 회복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신뢰’가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 새로운 양식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 즉, 우리는 예전의 가족, 친척, 친구들과 같이 지역 공동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여전히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법이나 제도에 의뢰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관계를 떠나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추구한다.
예전의 학연, 지연, 직장 동료들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맺은 관계도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나 장소를 우리는 믿거나 따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알리바바가 중국의 ‘관시’를 깨버린 것도 강조한다.
마윈은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한다.
“알리바바의 가장 중요한 지원은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신뢰다.” - p52
그는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2016년 알리바바가 월마트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소매업체로 성장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바탕으로 많은 1인 기업가들도 탄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노동력의 절반이 ‘독립 노동자’ 즉 프리랜서, 외주 인력,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요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보면 1인 미디어에 대한 광고가 많고, 실제로 그렇게 1인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1인 기업의 장점은 많이 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고, 내가 마케팅을 잘한다면, 고액 연봉도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나만의 파이프라인과 프로세스를 잘 정립해야 한다.
이렇게 1인 기업이 발전하고, 공유 경제가 커다는 것은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신뢰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언론과 기업, 정부, 전문가보다 낯선 개인을 믿는 시대를 살고 있고,
앞으로 살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기대치가 있고, 거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가?
우리는 신뢰는 쌓은 사람인가? 아니면 신뢰를 무너뜨린 사람인가?
내 주변에는 신뢰를 쌓아서 사람들의 기대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대치를 무너뜨려서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한 신뢰에 대한 정의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신뢰는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다.”
이 책은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기본 가치인 ‘신뢰’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