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전쟁, 최강 기마대의 기록 -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기마대와 영웅들의 이야기
채준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제가 아주 흥미롭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말’에 대한 얘기다. 

최근 최순실 사태 때문에 말에 대한 안 좋은 인식도 생겼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 ‘말’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말은 자동차가 생기기 전까지, 인류에게 빠른 ‘발’을 선물했다. 그래서 인류는 더 넓게 그리고 멀리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다. 

자동차가 생긴 것이 불과 100여 년이니, 이 전의 인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인류의 자동차, 탱크, 장갑차 등의 역할을 한 말에 대해서 저자는 말의 역사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넘기면서 보이는 고구려 개마대, 프랑스 경기병, 십자군 템플기사단, 만주족 팔기, 아팔루사에 오른 인디언 전사, 그리고 우리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몽골의 기병의 사진들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류가 산업혁명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말을 타고 다녔을지 모른다. 


이 책은 한민족의 기마대, 유럽,아프리카,중동의 기마대, 십자군 기마대, 아시아-아메리카의 기마대, 마지막으로 몽골 기마대를 소개한다. 이렇게 많은 기마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기마대의 연표를 보면, 인류 최초의 기마대는 기원전 2,000년 ~ 612년까지 앗시리아 기마대가 있었다고 한다. 기원전 247년에 한니발의 누미디안 기마대도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고구려의 개마대가 있고, 고려의 신기군, 마별초, 그리고 조선 신립의 기마대, 정조의 기마대, 대한제국의 기마대가 있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질문한다. 

우리 민족은 기마민족인가? 

고구려 시대는 확실히 그랬던 것 같고, 조선 초기까지는 기마대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이 후 임진왜란 전까지 전쟁이 백여년간 없으면서 기마대는 점차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중 그 유명한 신립 장군의 탄금대 전투에서 조선의 기마대가 허무하게 왜군에 쓰러지면서, 기마대의 힘은 더 잃게 된다. 


고구려의 개마대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잘 알 것이다. 개마무사는 철갑으로 온몸을 감싼 무사라는 뜻인데, 철을 덧댄 쇠비늘을 사용해서, 기동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여기에 말도 철갑을 둘렀으니, 얼마나 강력한 기마대인가? 

광개토대왕 시절, 기마대의 숫자는 무려 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말갈 등 주변 부족을 합치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결국 광개토대왕이 그 넓은 영토를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기마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상상해 보자. 몇 천마리의 말들이 공격을 한다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일까? 

그것도 철갑으로 두른 말과 병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신라가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점이다. 

유럽 헝가리에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헝가리인들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아틸라의 훈족은 사병부터 장군까지 모두 한 개씩 말 엉덩이에 큰 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신라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또한 신라 내물왕 때부터 ‘마립간’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는데,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를 ‘마립칸’으로 해석해서, 칭기즈칸과 마찬가지로 초원의 귀족 혈통이라고 해석한다. 


좀 더 확대해석해보면, 경상도 분들이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점이다. 

우리 어머니도 경상도 분이니, 그럼 나도 기마민족의 후예다.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흥미로운 역사적인 연구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세종대왕이 조선의 말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오명마’라고, 한반도의 토종말, 몽골, 중앙아시아 말의 교배에 의해서 탄생한 말이고, 이를 전담한 곳이 ‘사복시’라고 한다. 


그 만큼, 튼튼하고 빠른 말이 중요한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시 말은 전쟁뿐만 아니라, 농업, 운송에서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을 생산하게 된 것이 화를 불러일으켜서, 명나라에서는 매년 조선에 1,000마리의 말을 상납하라고 했고, 씨수말과 씨암말의 숫자를 정해서, 조선의 국력 신장을 막았다고 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해석이 신선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결국 ‘스피드’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일한 한민족의 말인 제주마는 많을 때가 고려 말 ~ 조선 초에 무려 2만 마리가 방목되었다고 한다. 정말 멋진 풍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마 시대의 그 유명한 한니발의 누미디안 기마대가 있다. 

당시 전쟁의 중심 전력은 보병이었지만, 한니발은 뛰어난 기마병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당시 누미디안 기마대는 경무장을 한 병사들이었지만,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보병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대열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한니발의 보병들이 공격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또한 유럽을 공포에 빠트린 훈족도 기마대로 순식간에 여러 마을과 성을 공격하면서, 영토를 넓혔다. 당시 교회는 이들을 ‘신의 징벌’이라고 해서, 신이 인간들의 잘못을 훈을 통해서 훈계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교회에서 조차도 컨트롤이 안 되서 궁색한 변명을 한 것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헝가리라는 나라 이름의 ‘hun’이 훈족을 가리키며, ‘gary’는 땅이라는 뜻으로 ‘훈족의 땅’이라고 불린다. 


사실 친형도 헝가리어과를 다녔는데, 헝가리 사람들은 언어도 독특하고, 유럽 사람들과 다른 풍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코삭 기마대와 기마대 전술의 원조인 페르시아 기마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페르시아 불사의 군단은 제국의 최정예였고, 항상 10,000명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10,000명이 모두 기마대였다. 무려 1만의 기마대인 것이다. 서양인들을 이들을 임모탈이라고 불렀다. 영화 <300>에서도 등장한 임모탈이다. 물론 영화처럼 괴기스러운 것은 아니고, 최정예의 기마대인 것이다. 


이 외에 저자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말 품종도 소개한다.

중갑기마대의 돌격마로 활약한 볼로네, 최초로 기사를 태운 벨기에의 브라반트, 바이킹과 함께한 군마, 아이리시 드래프트, 카이사르의 군마였던 오스트리아의 노리커, 중무장 기사를 태운 거마인 잉글랜드의 샤이어 등 아주 다양한 말들이 많다. 


이 책은 전 세계의 다양한 말들을 소개하지만, 동시에 기마대와 관련된 전쟁의 역사와 전술을 다룬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와 ‘말’에 관심이 많은 분들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말’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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