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넥션 - 뇌와 장의 은밀한 대화
에머런 메이어 지음, 김보은 옮김 / 브레인월드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한 마디로 쇼킹하다. 

우리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장’이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중요한 기능은 ‘장’은 ‘작은 뇌’로서 장 신경계와 장내 미생물이 뇌의 작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장에는 수백 조 마리의 장내 미생물이 있다. 그리고 이 미생물들은 우리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신호 중 90%를 뇌에 보내고, 10%만이 뇌에서 전달된다. 


저자는 의학박사이면 뇌와 장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지난 40여년간 뇌와 장을 연구한 전문가다. 또한 만정석인 내장 통증 분야의 개척가이면서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문득, 우리 형이 생각났다. 형은 만성적인 내장 통증에 시달렸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한약도 많이 먹고, 병원에서 내시경도 찍었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내장과 뇌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장 내 미생물도 그 영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상처 분위만을 치료할 것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으로 장의 건강, 미생물을 잘 살리기 위한 치료를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치료는 올바른 음식물 섭취에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이 ‘커넥션’이라고 지어진 이유도 바로 이와 같다. 

뇌와 장의 연결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커넥션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는 ‘절제술’이 유행했다고 한다.

즉, 위궤양이 낫지 않는다면 뇌와 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신경인 미주신경을 절제해버리는 식이었다. 이러한 절제술은 고통을 없애주지만, 가장 중요한 연결 통로(커넥션)를 없애면서, 이 후로 부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환자는 메스꺼움, 더부룩함 등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미주신경의 절제술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수명은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늘어난 수명에 비해서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수명의 질적 저하’다. 따라서 우리는 예전의 낡은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건강에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 동안 생각했던 뇌의 영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 놀라울 따름이다. 일반적으로는 뇌가 센트럴타워 역할을 하면서, 몸 안에 벌어지는 현상도 모두 컨트롤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장은 우리 몸의 또 다른 컨트롤타워라고 강조한다. 

“의학은 줄곧 소화계가 뇌와 상관없는 기관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우리는 뇌와 소화기관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략) 직감에 따른 의사결정을 신경생물학적으로 풀이하자면, 우리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뇌와 장 사이의 복잡한 의사소통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 p27


즉, 심지어 직감에 따른 의사결정도 ‘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다. 

이와 같이 ‘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매우 복잡한 기관이라고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어쩌면 그 동안 장은 우리 몸에서 과소평가를 받은 것 같다. 마치 ‘뇌’와 ‘심장’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이 튼튼하고 받쳐주지 않는다면, 결국 나의 ‘뇌’와 ‘심장’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장에는 고유의 신경계가 존재하는 데, 이를 ‘장 신경계’라고 한다. 

이 신경계의 세포 수는 약 5천만 ~ 1억 개로, 척수의 신경세포 수준이다. 

놀라운 점은 장 내에 ‘면역세포’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속에 있는 ‘치명적인 미생물’을 식별하고 파괴한다고 한다. 어 면역세포가 어떻게 치명적인 미생물을 정확히 식별하는 지는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또한 장에는 우리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세라토닌이 무려 95%나 저장되어 있다. 이는 수면, 식욕, 통증 민감도, 기분 등 인간의 총체적인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우울증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인간의 장을 펼치면 농구장 만하다고 하지만, 그 복잡한 기능과 구조는 여전히 연구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장내 미생물군’이다. 

미생물의 수는 지구에 사는 인구의 수보다 10만 배 더 많다고 한다. 또한 그 종류도 아주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장내 미생물군이 구축되는 생애 첫 3년은 다양성이 낮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다양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늙으면 다양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미생물의 다양성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병에 취약하게 되고, 늙게 되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장애가 생긴다고 한다. 


특히 제일 큰 ‘장’인 대장에는 무려 1백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적혈구까지 포함하면, 인간을 이루는 세포 전체의 수와 비슷해지고,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오직 10%의 세포만이 실제 인간 세포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한다. 

“미생물은 인간의 뇌를 조정해서 미생물에게 유익한 음식을 먹게 하는 걸까?”

“인간이 아닌 세포가 인간 세포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 인간이라는 개념을 바꿀 수 있을까?”


물론 그 해답은 아직 모른다. 

우리의 몸이 결국 이 수많은 미생물의 ‘숙주’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질문보다는 이제는 이렇게 중요한 장내 미생물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저자는 인간의 장내 미생물군의 건강에 유익한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전통 식단 등 아시아의 전통 식단도 매우 건강하다고 말한다. 즉, 오메가 3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강황, 생강, 올리브유, 김치 등), 동물성 지방, 정기적인 생산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발효식품은 건강에 좋은 데, 발효 작용을 하는 미생물은 놔와 장 건강의 주역이라고 한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비만, 대사증후군 등에 유익하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최근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섭취하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소화와 배변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한국의 전통 식단에는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고 강조하는데, 도라지, 미나리, 연근, 시금치 등 다양한 반찬이 장의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비싼 돈 주고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을 먹는 것보다 이러한 건강식 식물 반찬을 먹어도 충분히 장이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장’이 건강해야 한다. 

장이 건강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더욱 더 먹는 것을 조심하게 되고, 내 몸, 내 장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나의, 아니 많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통념을 깨는 책이다.

내용은 쉽게 썼다고 하지만, 여러 번 읽어봐야 확실히 소화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장의 건강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특히 장이 안 좋거나, 약한 분들, 또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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