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임시정부
정명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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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는 우리나라의 역사라고 하면, 조선 시대, 그것도 문화가 찬란했던 세종, 정조 시대를 많이 다뤘다. 그리고 주로 조선 초기나 중기나 시대물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고려 시대, 신라, 백제를 다루고 최근에는 고구려에 대해서 재조명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시대는 바로 100년 전의 대한민국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과거이지만 이제는 그 과거를 재조명하고, 당당하게 마주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200년 전, 1800년대 이후로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는 혼란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결국 나라는 분열되고, 우리나라의 역사는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이후에 1876년 일본과 맺은 강화도 조약, 1882년 임오군란, 1894년 동학 운동 등, 조선 왕조는 점차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1905년 일제의 의한 을사조약으로 대한민국은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 끝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진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일제 강점기인 1919년 4월 13일에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세운 정부다. 이 책의 첫 장에 나온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이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기반으로 건국되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미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에서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된 사람은 몽양 여운형 선생이다.

그는 김구 선생과 마찬가지로 민족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 노력했다. 단, 그가 이전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1920년에 고려공산당에 가입하고, 1945년에 창당한 ‘조선인민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김일성과 같은 좌익으로 오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도을 김용옥 선생이 설명한 바와 같이 그 당시 조선인민당의 의미는 조선인 백성(民)에 의한 당인데, 나중에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을 세우면서 당초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그리고 여운형 선생은 불과 13년 역사의 대한제국의 ‘대한’보다는 오백년 역사의 ‘조선’이라는 이름이 새로운 나라의 이름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름이 ‘조선인민당’이 된 것이다.

여운형 선생에 대해서 궁금해서〈지식e〉채널을 보니, 그는 1919년 4월 상해임시정부 의원, 1933~1936년 조선중앙일보사 사장을 지냈다. 특히 그는 손기정 선수 일장기를 신문에 없앴다가 일제에 의해서 신문이 폐간되고, 사장자리에서도 물러난다. 그는 200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200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되었다.

이 책의 배경은 1918년~1919년이고, 상해 임시 정부 수립 과정을 다룬다. 또한 1919년 일본 동경 한복판에서 벌어진 2.8 독립선언, 그리고 3.1 운동까지 다룬다. 또한 4월 8일 김규식선생이 프랑스 파리에서 선언한 탄원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4월 13일 상해 임시정부가 설립된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미국 대통령 윌슨이 발표한 ‘민족자결주의’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운형 선생은 이를 계기로 김규식을 상해로 초빙해서 파리 강화 회의의 한국 대표단으로 보낸다. 서구 열강에 대한민국이 독립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메시지를 먼저 알리기 위해서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을 준비했던 것이다.

책의 내용은 1918년 11월 28일 중국 상하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1920년 봄, 임시 정부 청사 입구에서 여운형 선생과 김구 선생이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의 내용은 소설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사실을 근거로 하지만 아닌 부분도 있다. 신철이라는 친일파 형사도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가공의 인물을 내세우면서 내용은 더욱 극적으로 전개됐다.

마치 1919년의 상하이로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 온 느낌이다. 그 곳에는 여운형 선생, 김규식, 서병호, 장덕수, 조동호, 선우혁, 최린, 이광수 등 독립 운동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이 중에서 장덕수, 최린, 이광수 등은 변심을 하여 친일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지조를 지킨 독립 운동가들이 정말 대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알게 된 김규식 선생은 당시 흔하지 않게 영어, 프랑스어 등에 능통하고, 미국에서도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미국 대학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서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장학금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조선 총독부에서 제국대학에 보내주고, 나중에 총독부 특채도 제안했지만 거절한다. 그의 이유는 단순한다.

‘조선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년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낯선 외국에서 독립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이 이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한국인임을 인지하고 살고 있다. 요새 흥행을 달리는 〈말모이〉라는 영화도 결국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켜낸 분들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조선인 형사 신철이 여운형을 암살하러 왔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꿈을 꾸고 있군.”

이 때 여운형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법이지.”

이 책을 읽으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꼭 알아야할 상해 임시 정부의 역사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는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너무 잘 묘사했다. 또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독립 운동가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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