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와 있다 - 기술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피터 루빈 지음, 이한음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VR 이란 무엇인가?
VR은 Virtual Reality의 약자이고, ‘가상 현실’이라는 의미다. 이미 우리는 VR에 익숙하다. 아마 호기심으로 한 번쯤 VR 헤드셋을 끼고, 롤러코스터를 탔거나, 우주여행을 갔거나, 또는 쇼핑을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한때 VR에 대한 유행이 대단했지만 이 가상현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 2000년대에는 열기가 조금 시들었다. 하지만 최근에 VR은 동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VR 게임장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장에서 가상 현실 게임을 즐긴다. 나는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가본 사람들 얘기로는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리얼’한 기분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VR은 영화, 게임, 쇼핑, 포르노 등 오락용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그 이상으로는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앞으로 VR의 세상을 예견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VR의 미래를 얘기하는 것은 90년대 초에 인터넷의 미래를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심지어 누군가는 앞으로 10년 후에 스마트폰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안경이나 워치 등으로도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90년대 초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Netscape, Explorer 등의 인터넷 연결 프로그램이 막 나오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검색을 하거나, 채팅, 게임 등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과 모바일은 세상을 연결하는 도구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분신과도 같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항상 연결(Connected) 되어 있다. 오히려 연결이 안 되어 있다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이와 같이 저자는 VR이 발전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예견한다. 저자는 유명한 기술 잡지인 〈와이어드〉의 편집장이다. 그는 기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VR 관련해서 글을 써왔고, VR을 단순히 기술적인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영향력을 분석했다. 특히 그는 VR이 ‘인간관계’에 미칠 영향성에 대해서 논한다.

VR의 역사는 길지 않다. 원래 VR은 항공사에서 시뮬레이터로 1980년대 초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가상 현실이라는 용어도 VPL 리서치라는 회사에서 처음 사용했다. 재미있는 사실의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재런 러니어가 ‘가상 현실’(VR)이라는 용어를 쓰자 동료들이 항의했다. 이는 1980년대에 한참 유행인 레저용 차량인 RV(Recreational vehicle)와 헷갈린다는 이유에서였다. 90년대에 이르러서 VR을 다룬 영화와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기술적인 한계로 VR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기억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오큘러스라는 회사에서 다시 획기적인 기술로 VR을 선보이면서 다시 VR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경을 착용해서 내 머리를 돌리면 그에 따라서 배경도 같이 바뀌는 기술이 나온 것이다. 사용자는 더욱더 몰입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를 다른 말로 ‘현존감’이라고도 한다. 현존감이라는 것은 나의 마음이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외치지만, 파충류의 뇌를 가진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만약 고층 빌딩의 꼭대기의 마천루에서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나의 전두엽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다’라고 외치지만 나의 편도체는 두려움을 인지하여 나에게 두려움과 긴장감을 줄 것이다.

또한 나의 이러한 VR이 ‘명상’에 가져다줄 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여러 스타트업 업체를 방문해본 결과 VR과 ‘명상’을 결합하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헤드셋을 쓰면 아름다운 스페인 휴양지에서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면서, 헤드셋의 스피커에 나오는 가이드에 따라서 명상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명상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몰입’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VR의 다음 단계는 접촉이다. 이제는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떠나서 접촉하는 것으로 발전할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라는 회사는 장갑을 통해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VR과 장갑까지 결합된다면 우리는 더욱 가상현실에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 나만의 애완동물로 강아지, 고양이, 심지어 공룡도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들의 애교를 보고, 만지고 쓰다듬을 수도 있다. 아마 따뜻한 체온도 느낄 수 있으리라.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상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프리실라와 마크는 가상현실에서 만나서 가상현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앞으로 이러한 트렌드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페이스북이 단순히 사진의 조합으로 시작해서 가상현실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사실 VR뿐만이 아니다. AR은 증강현실로 인공물이 현실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한 혼합현실(MR)은 증강현실에서 다시 현실물을 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포함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한 번 VR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우리는 안경을 쓰면서, 원하는 대로 꿈을 꿀 수 있고, 심지어 꿈을 조정할 수도 있다. 안경을 통해서 앱을 띄우고, 날씨도 보고, 명상을 하는데도 가상현실로 들어가서 아름다운 국립공원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지나가는 이성에 이끌리면 그 친구의 상태를 보고, 데이터 앱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가상현실에서 미팅을 한다. 회의에는 아바타나 실제로 있는 사람인 ‘코르푸’(몸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등이 참여한다. 술집에 가서 아바타, 코르푸 친구와 한잔한다.(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혼자서 마시는 것이다.)

앞으로 ‘책’도 가상 현실에서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서 나는 가상의 하버드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바깥에는 케임브리지 강이 멋있게 펼쳐지고 따스한 햇빛이 창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VR은 문화를 바꿀 것이다.

거리에서 사람들은 안경을 끼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것이다. 〈레디플레이어원〉이라는 영화에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각자 게임에 빠져서 손짓 발짓하는 모습들도 심심찮게 발견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VR에 대한 ‘기술 복음주의자’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회사 관계자가 아니고, 수많은 유저들이다. 결국 이들에 의해서 세상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나의 상상력을 마구 확대시키는 책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간의 문화와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듯이 VR도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문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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