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 진주성 - 의병장 류 복립
류기성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평소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진주성 싸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많은 이들이 알겠지만 진주성 싸움은 행주 대첩, 한산도 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의 3대 대첩이라고 불린다. 이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김시민 장군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기록을 찾아보니 1차 진주성 싸움은 1592년 10월(음력)에 약 7일간 지속되었다. 하세가와, 나가오카 등 일본군 2만 명이 진주성을 공격했고, 김시민 장군은 3,700여 명의 군사와 곤양 군수 이광악이 이끄는 군사 100여 명으로 이들과 맞서 싸웠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시민 장군은 원래 진주 목사가 아니고, 기존의 진주 목사가 부하들과 도망을 가자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이 때 김시민 장군은 전쟁 중에 장렬히 전사를 하면서 성을 지킨다.
이것이 1차 진주성 싸움이라면 2차 진주성 싸움은 1593년 6월(음력)에 발발했는데 압도적인 병력차로 패배했다. 하지만 성안의 관민들은 혼신을 다해서 싸웠다. 이 싸움에서 수 많은 관군과 의병장,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 책은 2차 진주성 싸움을 주제로 소설로 구성했다. 진주성의 창렬사에는 이 때 희생된 김천일 의병장, 최경회 경상우병사, 고종후 의병장, 황진 충청병사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저자는 25년간 가야사를 연구한 역사 전문가다. 그리고 2차 진주성 싸움에서 전사한 의병장 류복립의 후손이다 후손으로서 다시 한 번 이 싸움을 조사하고 기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2차 진주성 싸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3대 대첩은 모두 승리한 전투였지만 2차 진주성 싸움은 패배를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승리한 싸움 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싸운 전투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란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들의 피와 눈물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의 도입부가 흥미롭다. 저자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류교수를 통해서 촛불 시위에서 이념에 대한 문제, 그리고 자신이 그 이념을 위해서 시위에 참가했던 젊은 시절, 예전의 첫 사랑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저자가 의도한 장치였다. 저자가 첫 사랑과 데이트한 해변가가 서생포 근처다. 이야기는 류교수가 예전의 꿈에서 깨면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무대는 류교수가 학생들을 인솔하고 일본군이 초기에 침략한 서생포(진해 근처)로 온 시점으로 옮겨온다. 서생포에는 일본인이 조선 백성들을 동원하여 세운 왜성이 존재한다. 이 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남쪽에는 일본군이 지은 성이 30여개 정도 되고, 그 중에서 20개의 성이 남아있다고 한다. 아마 일본군은 전쟁이 장기화되자 남쪽 해안 지방을 근거지로 마지노선을 형성하려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서생포 왜성이 언급된 이유는 진주성 싸움에서 패배한 후 약 5천 명의 백성들이 이 곳으로 끌려와서 성을 축성하는 데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성을 쌓다가 죽었다고 한다. 또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의 구마모토 성을 지을 때도 많은 조선인 백성들이 끌려갔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역시 ‘리더’가 중요하다. 무능한 리더를 만나서 많은 백성들이 고생을 했다.
2차 진주성 싸움에서는 무려 일본군 10만명이 성을 공격한 반면, 조선군은 관군 3,500여 명과 의병, 승명 2,500여 명, 모두 합쳐 6,000여 명의 군사로 이들과 맞서 싸웠다. 여기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여성 의병들도 있다. 이들은 10배 이상의 병력차에도 굴하지 않고 싸움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신기전, 각 종 총통, 심지어 돌과 뜨거운 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방어를 했다. 하지만 점차 무기도 소진되고, 식량도 떨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논개’도 여기서 등장한다. 그녀는 진주성 함락 후 일본군들이 잔치를 벌일 때 때 왜장을 안고 촉석루에서 뛰어내려 남강에 투신한다.
진주성 1차, 2차 싸움을 철저히 고증해서 쓴 소설이기 때문에 전쟁의 처절함과 일본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동원된 우리 나라의 다양한 무기들도 알 수 있었다. 전쟁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점은 진주성 싸움을 다룬 분량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랬다면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같은 명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2차 진주성 싸움은 나중에라도 꼭 다루어야할 전쟁이고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면 한다.
결국 이 책의 주제는 아주 선명하다. 바로 리더의 중요성이다. 선조는 임진왜란 후 자신을 보필했던 신하들에게 논공행사를 하고 이름없이 죽어간 의병들의 노고는 무시했다. 조선이 망해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병자호란도 그냥 찾아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 우리 나라가 그 동안 버텨올 수 있던 것은 국민들의 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말대로 임진왜란 때 조선은 왕은 어리석지만 백성은 현명하고 용감한 나라였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조상들을 생각하니 왠지 숙연해지는 기분도 든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진주성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