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 - 바코드 속에 숨겨진 소비자와 판매자의 치열한 심리싸움
노정동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가격이다. 가격은 보통 시장 수급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지만 문제는 어느 순간에 어느 정도의 가격을 써야 할지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격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궁금했고, 마침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이 출간되면서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줬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소비자 가격에 대해서 다룬다. 처음 서론부터 인상적이다. 설탕 업체 CJ, 삼양, 대한 제당 3곳의 회사가 90년대 이후 05년까지 가격을 담합하면서 서로 이익을 인조이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서로의 판매량과 재고를 매월 확인했다고 하니, 정말 놀랄 놀 자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들의 이익이 곧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손실이기 때문이다. 설탕을 안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필수품인데, 정당한 경쟁에 의해서 가격이 하락했다면 소비자들은 좀 더 이득을 봤을 것이다. 이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의 피해액은 무려 9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 알게 된 것은 가격의 담합이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서 양털을 파는 상인들끼리도 양털 가격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역시 가격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과거나 지금, 아니 미래에도 계속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저자는 유통 담당 기자로서 주류, 담배, 우유 등의 소비재 시장을 지켜보면서 7년간 끌어모은 정보를 토대로 이 책을 저술했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가격은 당연히 보이지 않지만 이를 통한 경제학을 얘기하고자 한다. 가격의 메커니즘은 아주 복잡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격을 최대한 올려서 이익을 올리고 싶겠지만 가격을 너무 올리면 소비자들이 경쟁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적정’가격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 보도된 바와 같이 치킨 값이 이제 2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내 생각으로는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 수 있겠지만 이미 치킨의 맛에 익숙해지고, 비싼 한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수요는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언급한 라면 시장도 마찬가지다. 농심은 2조 원의 포화된 라면 시장에서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사인 진라면으로 넘어갈 것을 걱정한다.

반면, 애플은 어떤가? 애플의 아이폰 X가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팀 쿡은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 값도 안 된다고 한다. (물론 2년 동안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베블런 효과’로 인해서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에도 흥미를 느낀다. 베블런 효과란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높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감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호의적인 시선’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럭셔리 굿즈, 자동차 등 다양하다. 럭셔리 제품으로 무장하면, 남자든 여자든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호의적인 반응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1등 기업이 그 시장의 최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절대 공감한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먼저 가격을 던지면, 2,3등 업체들은 눈치작전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가격을 1퍼센트 인상할 경우 이익은 12.3퍼센트나 개선된다는 맥킨지 보고서도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리스크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은 인하에 대한 전략이 많은 편이다.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디야 커피의 매장수는 2018년 기준으로 2,500개로 스타벅스의 2배 규모라고 한다. 이디야의 성공 전략은 다른 업체와 다르게 고급화가 아니라 효율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홀리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카페 등이 스타벅스를 따라서 고급화를 추구하여 매장을 이쁘게 꾸미고, 커피 가격을 4천 원대 이상으로 편성한 반면, 이디야는 자금력이 부족한 소상인들을 대상으로 가맹점을 모집했고,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췄다. 따라서 이디야의 폐점률은 1%로 업계 평균 10% 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다이소도 마찬가지다. 다이소 물품의 70~80% 이하는 2,000원에 판다고 한다. 가격만 보면 수익이 안 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보통 ‘싼 맛’에 5~6가의 물품을 구매하므로 평균 만 원에 근접하게 소비할 것이다.

맥주에 대한 가격도 흥미롭다. 내가 제일 즐기는 만 원에 4개 수입 맥주의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맥주 사업도 초기 투자 비용이 들고난 이후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 원가를 낮추고 그 회사에 유리하다고 한다. 사실 맥주는 그냥 ‘보리 물’이 아닌가? 당연히 판매량이 늘면 원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저자가 제기한 의문은 왜 만 원에 5캔이나 3캔이 아닌 것인가? 이것은 바로 국산 맥주 가격이 2,500원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수입품 맥주도 최대한 수익을 내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이 가격을 최적의 가격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소비자 유인 효과다. 단지 가격이 아닌 서비스를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2015년 10월부터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는 서가를 내놓고, 대신 테이블을 설치했다. 그것도 뉴질랜드에서 공수한 4만 6천 년 된 나무로 만든 책상이라고 한다. 많은 출판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불량 고객들을 양산해서 매출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와 반대로 교보문고의 매출은 증가하면서 4년 만에 반등했다.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판매를 늘린 경우다. 나도 강남 교보 문고를 종종 이용하는 데 향초의 좋은 냄새와 아늑한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종종 책 쇼핑을 한다.

가격은 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어떤 가격과 마케팅 전략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수급과 가격, 즉 달걀, 우유, 곱창, 과일, 참치 회, 라면, 비행기 표, 사고 배상금, 국제결혼 비용 등 아주 다양하다. 결론적으로 가격에는 ‘인간의 욕망’이 들어가 있다. 우리가 버는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사람에도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가격이라는 것은 ‘가치’라는 것으로 탈바꿈하여 모든 것에 그 값을 매긴다.

나의 가치는 얼마이고,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앞으로 미래에는 사람들에게도 바코드가 매겨지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든다. 이 책은 그런 질문을 하게끔 만든다. 대학생이나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