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리더십
서강흠 지음 / 비앤컴즈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The Best Ship is Leadership”이라는 명언이 있다. 가장 훌륭한 배는 리더십이라는 얘기인데, 이 책의 첫머리에서 이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정말 좋은 말이다. 최고의 배는 뛰어난 성능과 항해술이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장의 리더십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회사는 리더십이 있는 회사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향해서 나아간다.
예상대로 저자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속함 함장, 초계함 함장, 잠수함 함장 등 해상 근무의 경험이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잠수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썼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아는 잠수함이라는 공간은 한 마디로 ‘폐쇠된’ 공간이다. 회사는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퇴근하면 상사를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잠수함은 어떤가? 퇴근하고 싶어도 그 안에 머물 수밖에 없고, 다시 상사를 봐야만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당연히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잠수함에 들어가게 되면 4가지와 이별을 한다고 말한다. 가족, 육지, 햇빛, 신선한 공기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당연히 생각하는 것과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오랫동안 잠수한 경우라면 더욱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수한 공간에서의 리더십은 더욱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먼저 이 책을 읽다보면 잠수함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그 역사, 그리고 잠수함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잠수함이라는 것이 1869년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 리》에 ‘노틸러스’란 이름으로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예전에 봤던 일본 만화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 등장하는 배도 ‘노틸러스호’인 것으로 기억한다. 군사적으로 잠수함의 가장 큰 가치는 역시 ‘은밀성’이다. 보이지 않는 바다 속에서 운항하는 잠수함은 언제든지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독일의 U보트는 1차 세계대전에서 351척을 투입하여 178척이 침몰했지만 종전까지 상선 5,708척을 격침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잠수함에서의 생활도 흥미롭다. 물론 잠수함 안에는 아주 특이한(?) 냄새가 나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소음에 아주 민감하다. 소리를 크게 내도 안 되고, 음악도 모두 이어폰으로 듣는다고 한다. 또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모든 장비과 공간들이 최소화되어 있다. 침대 공간도 줄이기 위해서 2인 1 침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잠수함 내에서의 생활은 서로 간에 부딪힘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상호간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렇게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통 비행기, 기차, 선박 등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을 승무원이라고 부르지만,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승조원이라고 부른다. 누구보다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다보니 이들의 자긍심은 높다.
영국의 잠수함 학교 교문에는 ‘세계 최고의 잠수함 승조원만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라고 써 있을 정도다. 또한 승조원의 실수가 큰 함정의 생존을 결정하기 때문에 탁월한 수행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한적인 공간에서 자긍심 높은 대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 잠수함 함장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함장의 결정 하나로 함정의 운명이 결정된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잠수함 함장이 곧 잠수함’이다. 그렇다고 결코 권위적인 리더십은 아니라고 한다. 권위적인 리더십은 선장이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돛단배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잠수함 리더십은 권위적인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승조원들을 수평적으로 대하면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다. 아무래도 답답한 공간에 있다 보면 서로간의 심성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는 상명하복이 필요하겠지만 유연한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가 말하는 잠수함 리더십이란 ?결국 승조원 모두가 리더로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생존을 위한 전문성 및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의식으로 임무를 완수해가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특히 잠수함의 특성상 ‘공동운명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떠한가? 회사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이해관계도 틀리다. 하지만 적어도 작은 소단위의 부서원들은 같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운명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이를 ‘행복한 마피아 조직’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본 결과 가장 중요한 사항이 구성원들간의 ‘공감과 협력’이었다고 한다.
잠수함도 결국은 작은 사회이고 회사다. 회사에서는 셀프 리더십을 갖춘 구성원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업무를 완수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상대방과 공감하고 협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리더도 ‘보스’처럼 자신의 권위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한 진정한 ‘잠수함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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