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버지 서재에 꽂힌 책 중에 약산 김원봉에 대한 책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는 조선 의용군, 광복군, 항일빨치산이 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특히 조선 의용군은 그 규모가 제일 컸고, 항일 전선의 최전선에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들이 해방 후 남쪽으로 왔을 때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안 된 것에 실망하여 북으로 올라가면서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6.25 전쟁 때 이들은 주력 부대로 남으로 내려왔다. 따라서 남측에 이들의 가족들은 모두 학살될 수밖에 없었다. 북쪽에서도 조선 의용군 출신들은 유일 체제에 반기를 들고 연합 정부를 세우려다가 연안파로 몰리면서 숙청된다. 한마디로 항일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세력이었지만 남쪽과 북쪽에서 모두 버림받는 존재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뒤로하고, 이들의 항일 운동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다. 역사의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어쩌면 시대적으로 이러한 것이 가능한 때가 되기도 했다. 잘한 부분은 잘한 것이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먼저 책을 쭉 훑어보니, 역시 PD 출신답게 저자가 직접 동북아 지방을 다니면서 조사한 내용과 사진이 눈에 띈다. 칼라 사진이라서 더욱더 보기가 좋고,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우리가 관람한 〈밀정〉과 〈암살〉 영화를 언급하면서 극 중 인물과 역사 인물을 비교 설명하는 부분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각 목차마다 조선 의용군과 관련된 유적, 관람하기 위한 방법 등을 가이드 해줘서 좋았다. 나중에 누구라도 이 책을 들고 찾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역사와 우리 나라의 독립 운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대한 민국 사람이라면 읽어봐야될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한 번 손에 쥐고나서 끝까지 쉬지 않고 읽을 정도로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