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책의 표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평범한 종이 표지처럼 보이지만 미세하게 벨벳 같은 감촉이 느껴져서 책을 손에 들고 읽는 동안 마치 시간을 손으로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안나와 경선이라는 65세 자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둘의 할머니부터 엄마, 안나와 경선, 경선의 딸, 경선의 손녀까지 5대에 걸친 이야기는 각 세대의 삶을 통해 변화를 잘 보여준다. 자매의 삶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나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안나에게 자꾸만 내 삶을 덧대어 보게 됐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 이야기는 세대별로 감각하는 게 아주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살아온 날들보다 더 빠르게 안나와 경선의 나이에 이르게 될거라 모든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년 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만약에 싱글로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면 안나가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의 시선과 그로 인한 복잡한 감정들이 곧 내것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면 할수록 씁쓸하고 서글펐다. 이 책은 한국에서 여성 노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적이고,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매를 통해 넌지시 건넨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고 느꼈다.인생에 더이상 ‘첫’은 없을 것만 같은, 저물어 가는 삶이라해도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은 매 순간이 ‘첫’이라는 것.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었을까.책을 덮고 나니, 내 몸에 지나온 시간이 쌓이고 쌓여 무수한 나이테가 새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 또 어떤 시간을 내 몸에 쌓게 될까. 조금은 벅찬 마음으로 매일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p. 373 (*문학동네 서평단으로 책을 지원 받았습니다)#시간의감촉 #은희경 #문학동네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