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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이호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역사 이야기는 흥미롭다.
역사적인 인물들에 관해 아는 즐거움도 있고, 어리석은 지도자들의 뒷목잡게 하는 소인배 기질로 부터 배울 점도 많다.
또한 역사를 아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는 현명함을 주고, 미래에 대한 현안을 선사한다.
나는 학창시절 국사 과목을 지독히 싫어하던 학생이었다. 년도를 외우고, 이름들을 외우는 무의미한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사를 지탱하는 스토리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것 같다. 사람과 사건으로 채워진 스토리를 열심히 읽고 즐겼다면
역사만큼 재미있는 과목도 없는데 말이다.
요즘에서야 나는 새롭게 역사책들을 읽곤 한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확실하다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나는 조선의 왕중에서 선조를 특히 미워한다. 적통이 아니라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거나 자신을 이을 후사는 꼭 적통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는 등의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까지는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임금이 전쟁이 났다고 도망을 가고 그도 모자라
중국땅으로 여차하면넘어가려 애썼다는 것도 공감할수 없다.
죽을 고생을 다한 아들 광해에게 질투를 느끼고, 기꺼이 나라를 위해 일어난 민초들을 반역으로 몰아세우는가하면,불가능한 싸움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을 심하게 견제하다 투옥시키고, 전쟁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어리석은 왕이라고 낙인 찍을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전쟁의 상흔과 민초들의
투쟁, 그들의 분노를 통해 그는 어떤 교훈도 학습한 바가 없는듯 하다. 마치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태도가 이 시대 지도자들과 무엇하나
다른점이 없다. 그의 기나긴 재위기간과 소인배적 기질은 진정으로 왕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왕이 되었을때 나라가 나아가는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많은 이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인물 중 하나인 소현세자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선조의 인물 됨됨이를 논할때
견줄만한 인물은 단연 인조가 아닐까 싶다. 왕위 찬탈로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을테고, 삼전도의 굴욕을 통해 돌이킬수 없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을 왕, 인조는 아들을 질투하고 견제한 선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아니 적어도 선조는 아들을 독살하진 않았다. 청나라에서 서양문물을
배워오고, 청에 끌려간 조선인들을 풀어주기 위해 상업, 농업 할것없이 기지를 발휘했던 소현세자 부부. 하지만 귀국 두달만에 아버지에 의해 아들은
독살되고, 며느리는 누명을 쓰고 죽게 되었으니 참으로 못난 아비가 아닌가.
동백림 사건은 이름만 들어본 정도였는데, 이 책을 통해 천재 작곡가 윤이상님과 독재정부가 그에게 저지른 만행을 알수 있었다. 독일 정부가
나서서 그의 석방을 요구할만큼 세계적인 이슈를 몰고온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지도자가 나서서 자국을 디스하는 웃지못할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윤이상님이 밝힌바대로 그 사건은 그로하여금 정치적인 자각을 불러오게하고, 사건들에 관한 음악를 작곡하게 만들었으니 어쩌면 불행한 사건으로 우리는
시대정신을 갖게된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외에도 15만원 탈취사건이나 중원 고구려비에 얽힌 이야기, 4.19혁명,조선최고 침의 허임, 문정왕후 등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딸아이에게 안중근 의사 위인전을 읽어주다가 왈칵 눈물을 터트린 이후에 이 책에 나온 윤봉길 의사 이야기에도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그의 젊디 젊은 나이가 아쉽다. 그의 남겨진 가족의 고달픔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를 쓰던 청년 윤봉길의 섬세함이 서글픔을
준다.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