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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굴리는 뇌 - 소비자를 유혹하는 신경경제학
폴 W. 글림처 지음, 권춘오.이은주 옮김, 한경동 감수 / 일상이상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쉬의 일생을 다룬 '뷰티풀 마인드'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존 내쉬가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친구들의 모습을 구경하던 존 내쉬, 문득 무한 경쟁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친구 중 한명은 미녀를 차지하겠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다수의 친구들은 그 밤을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친구들이 금발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조건에 맞는 데이트 상대를 만난다면 어떨까. 다수의 친구가 짝을 이룬다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에피소드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내쉬균형이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경쟁보다는 협동이 인간에게 보다 많은 행복을 안겨 준다는 이 이론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점을 찾을 때 모두에게 우월한 전략의 쌍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학 이론은 인간 개개인의 심리와 의사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사실 인간의 모든 활동, 세상의 모든 학문은 인간의 두뇌활동과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신경경제학자들은 뇌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사람들이 위험과 보상 사이를 어떻게 계산하여 선택에 이르는지 인간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접근한다.(p7~8)
신경경제학은 앞서 말했던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내쉬교수에게서 비롯되었다. 신경경제학이라는 단어는 무척 낯설었지만 존 내쉬의 내쉬 균형을 발견하고 또 게임이론, 확률이론 등 익히 알고 있던 이론들을 마주하고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책 표지에 나와 있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GS건설 자이아파트와 기아자동차 K시리즈 등과 같이 풍부한 현실 사례와 함께 신경경제학에 대해 배울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경제학 책이라기 보다는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일종의 연구논문 같은 느낌이랄까. 『경제학 콘서트』와 같은 느낌의 책일거라 생각했던 나였다.
그렇지만 경제학이든, 신경경제학이든, 신경과학이든, 심리학이든 어쨋든 모든 것은 다 '인간', 우리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집에서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경제이론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멀리서 찾지 않고 가까이서, 즉 내가 물건을 고르고 선택하는 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이 책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과 경제학에 대해 잠깐 보고 가자.
경제학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학문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물질적 · 정신적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욕망은 무한한데, 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 정신적 자원은 희소하다고 보고 있다. 인간은 무한한 욕망을 조금이라도 많이 충족시켜주는 것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나 이상의 선택할 대상이 있을 때 욕구를 좀 더 만족시켜주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p.50)
앞서 말한 코카콜라와 자이아파트 얘기로 돌아가 보자. 나 역시도 코카콜라 광고를 접해서인지 코카콜라를 선호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고르는 데 있어서 유명 건설회사가 지은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소비자의 본능에 주목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데 막대한 광고비용을 투자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신경경제학이다. 이 책은 내게 신경경제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나는 오늘 이렇게 신경경제학을 만났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소비자로서 어떻게 합리적 선택과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주목하는 신경경제학으로부터 경제학을 조금 음미해보자.
그리고 내쉬가 발견한 이론처럼,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더 나아가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해 연대해야함을 깨닫자.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모두에게 우월한 윈윈전략을 찾으려 애써보자. 읽을때마다 매번 안이하게 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에서 강수돌 경영학과 교수의 이야기가 바로 윈윈게임이 아닐까.
"이 커다란 세상에서 '나 하나'가 작지만 지혜로운 선택을 할 때, 이웃과 지구를 살리고 기업도 바꿀 수 있는 '큰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 해소에 연대하는 것, 바로 이것이 공정무역이 우리 자신에게 주는 의미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