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이상향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바로 내가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를 꽤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일드 원작을 책으로 만나는 그 순간은 두배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표지부터 절로 나를 미소짓게 만든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까지 잔잔한 즐거움을 주었다.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어두운 밤 홀로 누워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가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을 만나는 것도 참 좋았다. 수줍음이 많은 시오리코 씨가 고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 말도 술술하는 걸 보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누구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연예인을 좋아한다거나, 스포츠를 좋아한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전문가 뺨치게 알고, 누군가 물으면 신이 나서 이야기하게 되는 것들이..

그런가 하면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 고우라 다이스케는 독서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당연히 이런 인물이 있어야, 시오리코 씨가 신나게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몇 년 전, 보수동 책방골목을 친구와 함께 가 본 적이 있다. 책이 많은 도서관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방골목. 책 한권 한권마다 사연을 안고 있는 그 곳. 책들 사이로 걸어가 책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수많은 책들이 주는 황홀감에 흠뻑 젖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의 중심 소재가 되는 '고서' 나의 책장에는 '고서'라고 불릴 만한 책이 한 권도 없다. 아직은 낡은 책보다 빳빳하고 깨끗한 새 책이 좋은 나니까. 그래서 고서『만년』에 목숨 거는 오바 요조를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비블리아 고서당을 2권에서 다시 만나자는 문구를 보았다. 그 순간 학창시절 만화책을 읽다 아직 나오지 않은 다음 권을 무척이나 기다리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다. 아, 2권 얼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