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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질때 제목이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하나 골라 읽곤 합니다. 연말 그리고 새해, 앞으로 펼쳐질 새해보다 이미 지나간 한 해에 대한 후회가 가득한 밤에 이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저에게 못 가본 길은 교직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열심히 가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선 길이지요. 가던 길을 포기하고서 돌아오는 과정에서 참 이리저리도 헤맨지라 아직 새로운 길에는 채 도착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완서 선생님처럼 꿈꾸던 비단과 실제 획득한 비단, 가본 길과 못 가본 길을 비교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떤 길을 가던지 간에 못 가봤다는 그 이유만으로 저 역시도 못 가본 길을 더 아름답게 여길거라 생각합니다. 그 길에는 오랜 세월 환하게 꿈꾸고 열심히 노력한 내가 남아 있습니다. 같은 꿈을 꾸며 추억을 쌓았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 중 일부는 교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만, 진정 아름다웠던 순간은 저마다의 교사상을 품에 안고 교사의 꿈을 꾸던 그 때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에세이에는 박완서 선생님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책을 읽다가 오솔길로 새버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이 산문집을 발견하고 주저없이 주문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교과서에 실린 『그 여자네 집』과 함께『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만 읽었습니다. 소설을 잘 읽는 편도 아니고 더군다나 한국소설은 읽은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작 엄마는 이 책을 안 반기고 제가 실컷 잘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
그러고 보니 유명한『남한산성』도 안 읽은 대신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여행』,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는 읽었구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을 옛날에 읽고선 요새는 공지영의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더 즐겨 읽곤 합니다. 소설가 이외수 님의 에세이도 더 즐겨 읽고요.

저 개인적인 취향도 있겠지만 요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은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읽기 쉬운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베스트셀러는 당대인들의 정신적 풍속도를 보여주는 지표이면서 독서 대중들의 욕망적 성격을 함축한다고 합니다. 지금 대중들은 지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책, 삶에 용기와 힘을 주는 책, 유명한 저자들의 인생과 삶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책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려운 책이든 읽기 쉬운 책이든 자신에게 필요하고 좋은 구절을 만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도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책이든 좋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꺼내 지금 당장 읽어봅시다.^^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 대신 힘차게 앞을 보고 걸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문장을 꼭 찾아 밑줄 팍팍 그어 봅시다. 좋은 문장 꼭 찾아 손에 쥐시고 행복한 2013년 되시길 바랍니다.(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올해는 블로그 이웃도 많이 생기고 책도 많이 읽고 서평도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