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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1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교양을 목적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고, 교양이란 단어를 이름 붙여서 나오는 책들도 많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반드시 들어야 할 필수교양과목을 지정해 놓기도 한다. 너도 나도 교양을 찾으며 교양을 노래한다.
교양이라는 것이 진정 무엇일까?
교양을 네이버 백과사전에 검색해 보니,
인간의 정신능력을 일정한 문화이상(文化理想)에 입각, 개발하여 원만한 인격을 배양해 가는 노력과 그 성과라고 한다.
나는 '교양'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양인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눈에 보이는, 귀로 들리는 사실만을 진실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파헤쳐 볼 수 있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진실의 추구를 몸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무지몽매한 사람을 일깨워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한국사의 천재들 책에서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꼽았던 인물 매천의 시를 박노자가 인간다운 사회가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으로 얘기했다.
한자는 생략하고, 박노자가 한글로 풀어 놓은 것을 적자면
고고한 현직을 원하지 말고 가난을 싫어하지 말라
그리고 아름다운 나라를 마음대로 거닐면서 계속 천진한 마음을 가져라.
<파병 반대에 대하여>
p.70~ 71 베트남전쟁 때 미군 내에서는 한 50명쯤 나왔는데 한국군에선 1명 나왔습니다. 강철민이란 이름 혹시 기억하세요? 일등병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감히 "그러시면 안 된다. 우리 헌법은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 명령을 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고 육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파병에 대한 문제의식이 좀더 공감대를 얻게 될 때 이런 분들의 소중한 노력이 더욱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74~75
우리가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전 세게적인 반전 운동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부시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지금 당장 전쟁을 막을 순 없어도 전쟁을 일으킨 이들이 가져갈 게 점점 없어집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얼마나 기억하느냐, 얼마나 많은 실천이 더해지느냐에 따라 역사는 달라집니다.
<물신 지배 현상과 교육>
p.82
프랑스 땅에서 23년을 보낸 뒤 돌아와서 물신이 이 사회를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가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충격 그자체였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의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상황, 즉 사람이 부동산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이 사람을 평가할 만큼 인간의 가치가 소유물에 의해 평가되고 압도되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인간성의 항체를 갖추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동에 의한 인간 소외뿐만 아니라 물신 지배에 의한 인간 소외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p.108
프랑스에서는 그런 광고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그런 공격적 물신주의를 배격하는 것이지요. 대중매체나 교육이 인간의 가치를 부동산이나 물질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이중요합니다. 물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인문적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교육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을 길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 가르치는게 너무나 당연한데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 이 책을 읽기 전 날 공부한 것이 비판사회학이었다. 비판사회학은 이론과 문명을 비판한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노동의 산물로부터 소외되는 것 뿐만 아니라 현대산업문명 즉 물질 문명에서는 물질에서 행복을 찾게 되면서 주체성을 상실하는 인간 소외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중매체에 의해서 사람들은 자꾸만 겉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 대중문화가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비판적 시각과 반성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p.88
마르크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존재와 의식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의식을 갖는가에 대한 출발점은 그 존재 자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데카르트의 선언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모든 존재는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의식하는 존재입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는 정치·사회의식이 있습니다. 그 의식의 출발점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과연 국가여야 하는가. 한국은 철저히 국가 중심이었습니다. 국가 중심에 의한 의식 형성과 끊임없는 세뇌, 그로 인해 자기 존재가 실종되어버리는, 결국에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는 의식화가 일어났다는 거지요.
<진보의 역할?>
p.90~91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하고 생존의 덫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 거기 있습니다. 자유인들, 생존의 덫에 걸리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소외 노동이 아닌 즐거이 할 수 있는 노동을 통하여 생존이 담보되는 자유인들의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저는 궁극적으로 진보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 출발점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족적 정체성은 말할 것도 없고 계급적 정체성에 대해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탈의식화 문제를 제기해보는 것입니다.
<수구세력? 보수 세력? 진보 세력?>
p. 92~93
수구는 어제가 좋았던 세력이고, 보수는 오늘이 좋은 세력이며, 진보는 내일이 좋은 세력입니다. 탄핵 주도 세력은 어제가 좋았던 수구 세력이고, 열린 우리당은 오늘이 좋은 보수 세력이며, 민주 노동당은 내일이 좋은 진보 세력이지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 보수와 수구 사이에는 국가보안법이 가로놓여 있고, 자유주의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신자유주의가 가로놓여 있다고 거칠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자세에 관하여>
p.121~122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는 결국 개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소양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과 성숙, 남이 소유한 것과 내가 소유한 것을 견주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긴장이 요구된다는 생각은, 제가 자신에게도 항상 되새기는 것이기도 해서 여기 계신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자기 존재에 미학을 부여하시기 바랍니다.
<전쟁기자 정문태가 보는 베트남전쟁>
p.202~203
베트남전쟁은 전쟁기자들이 최초로 자유롭게 전선을 취재한 전쟁으로, 또 언론사들이 최초로 정부 나팔수를 거부하고 나름대로 전쟁 보도의 독립성을 획득한 전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 전쟁 보도를 통해, 베트남전쟁은 시민들에게 자신이 낸 세금으로 치르는 전쟁에서 자기 나라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깨닫게 한 전쟁이었고, 또 시민들은 전선에 파견한 자기 자식들이 상대국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적에게 동정심을 품은 최초의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전쟁을 통해 역사상 최초로 국가가 수행하는 전쟁을 국민이 반대할 수도 있다는 선언적인 체험을 했던 셈이지요. 저는 인류 역사에서 그 '반전운동'을 가장 빛나는 정신사로 여겨왔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폭발한 반전운동은 인류가 그동안 단 한번도 체험하지 못했던 위대한 '시민 승리'였고, 그 반전 운동은 시민 중심 사회로 이동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베트남 전쟁이 남긴 그 모든 역사적 기록은 전선을 취재했던 전쟁기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전쟁기자들이 스스로 시민사회에 봉사할 수 있고 역사와 함께 갈 수 있다는 자긍심을 느꼈던 최초의 전쟁도 바로 베트남전쟁입니다. 그래서 전쟁기자 정신은 곧 베트남전쟁이 남긴 유산이라고 부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