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책을 별로 읽지 않는 요즘 그래도 책을 주문할 때면 한 권씩 엄마를 위해 소설책을 주문한다. 소설책이 여러권 쌓이고, 책을 띄엄 띄엄 늦게 읽는 엄마가 읽고 난 뒤에야 내 차지가 된다. 머리를 좀 식혀 볼까? 우울한 마음을 좀 달래 볼까? 하고 소설책을 잡아 들었다.

어이쿠야.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단편 소설이었다. 책을 사다 두고 몇 주가 흐르다 보니 이게 무슨 소설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잡은 책은 다 읽어야 한다는 쓸데 없는 나만의 규칙으로 읽기로 했다. 
 

내용이 재밌어질쯤,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할 때 쯤  소설이 끝나버린다. 휴휴휴 알아서 상상하라는건지 내 딴에는 결말이 너무 허무해서 황당했다. 아 역시 나는 단편 소설하고 안 맞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소설의 이야기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다. 나오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고뇌를 가지고 있었다. 사형수의 신장을 이식받은 다큐 PD, 자살한 학생을 보고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아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면서도 고양이에게 사랑을 퍼붓는 외국인 남자, 여자의 목소리를 산 남자, 그 여자의 엄마는 없는 사람들의 돈을 마구 빌려 자신은 맘껏 쓰고 결국은 감옥에.....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을 보면서 대신 그러한 삶을 느껴 보는게 소설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처지에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저마다 이 책을 보면서 등장인물이 되어 느끼고 생각하다보면 자기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문학작품의 목표 중 하나는 현대인들의 상실된 공감능력을 되살려 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메말라 있는 감성을 채워주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맛보게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뇌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러한 기로에 빠져있지 않은 나자신의 정신건강에 감사하고 또 주위에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길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성적향상이나 SKY진학을 위해 자신의 자녀를 옭아매는 부모에 의하여 제대로 맘껏 숨쉬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 앞으로 내가 교사가 되고, 아이의 부모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 학생들은.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최고만을 노래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늘 언제 어디서나 얘기할 수 있을까? 나의 엄마는 늘 내게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학교다닐 때 시험을 보는 날이면 늘 아침을 먹이고 배웅을 하면서 최선만 다하고 오라고 얘기하고 시험을 보고 돌아오면 최선을 다했는지만 물으셨다. 최선만 다했으면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해보면 내 부모님은 나에게 공부하라는 말도 별로 안하셨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지금 아이들에 비해 행복하게 보낸 것임을 요샌 새삼 느낀다.

 

내가 소설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읽는 문학책들은 이렇게 내게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들을 만들어준다.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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