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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의 상상력이 재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저자의 상상대로 따라 가다 보면 '아. 그럴지도' 무릎을 치게 된다. 이 책 안에 제목들은 물음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서점이야 약국이야? 죽은 거야 산 거야? 엄마야 아빠야? 도서관이야 정신병원이야?…… 이런 물음들은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실이라고 믿는 우리들에게 내던져진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데 말이다. 암기식 교육, 단편적인 사실만을 딱 부러지게 외우기 좋아하는 우리는 수렴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발산적 사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한가지 사실의 수많은 이면들, 다양한 의견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상력,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 옳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한다.
이 책은 딱딱하게 굳은 우리의 편견에 물음표를 달고, 상상하고 질문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것은
'좋은 책'이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끔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에서 비롯된다. 책을 읽고, 생가가혹,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신세계는 단련되고,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깊이와 유연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말 中 -
p. 50
그 도면은 간단해. 몇 장의 종이 위에 글자가 줄지어 있을 뿐이지.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자가 자기 상상력으로 창조해내는 세계는 그 책-도면을 넘어서 무궁무진하다네. 책에 있는 모든 것도 담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담고 있지.
p. 56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 환자들과 똑같이 행동해요. 특정 등장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모험을 재현하지요. 이게 당신이 말한 대로 잠시나마 우리의 일상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하는 거죠. 하지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줄거예요.
p. 63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말이에요. 당신 눈앞에 조그만 검정색 부호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을 뿐이에요. 스무 개 남짓의 문자들이 쉬지 않고 반복되고 조그만 그룹을 지어 서로 뭉쳐있을 뿐이죠(이 환상적인 존재들이 바로 단어예요.) 이렇게 많지도 않은 자료들로 당신은 머릿속에 상상과 생각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마다 정신이 놀라운 작업을 실현하는 거죠. 이 멋진 훈련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또 내적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