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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게 되는 소설책이었다.
이 소설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반값 할인과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책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서 책 제목과 표지그림도 배제할 수 없다. 책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타인과 나는 정말 가까워 질 수 있을까? 너와 나가 아니라 정말 내 안에 있는 진실한 나 자신과 나를 가깝게 한다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대략 책선택에 따른 결과는 그럭저럭이었다. 워낙에 소설을 잘 안 읽다 보니 이제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상상력이 많이 떨어져버린것같다. 내가 겪지 않은 경험을 책을 통해서 대신 경험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인데 말이다.
처음 읽은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앞의 작가 소개를 보니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이 책을 읽어 본것같다. 몇년전에.....
폴은 정말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충실하게 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의 결혼 생활도 상당히 무의미했다. 그럴거면 결혼 왜했어? 이 생각이 들만큼.... 이혼을 하고 나서 그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데 여러가지 경험들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주인공처럼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구나 한번 쯤 아니 여러번,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한다. 실제로 떠나든 떠나지 않든.. 끊임없이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목적이 없거나 방향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면 암울하고 무의미한 삶이다. 이제 폴은 그 여행을 통해서, 마지막 숲을 헤쳐 나오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며 그것이 인생의 참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책을 쓰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자신과도 가까워진 것이다.
p. 200~201
아마 꿈속에서 결심이 섰던 것 같다. 어쩌면 아버지한테서 처음으로 그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숲을 건널 수 없다는 얘기 말이다. 그날 아침, 내 안에선 '그렇지 않다'는 걸 아버지에게 입증해보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올랐다. 비록 자식 같지 않은 자식이지만, 물고기를 제 손으로 만질 줄도 모르는 아들이지만, 몇 날 며칠이 걸려서든 그 숲을 가로지를 수 있다는 것을. 객기를 부리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걸. 그렇게 해서 나는 아버지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p. 244~245
무려 십삼 일 동안 나는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말해 놓고 보니 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 두 주일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자작나무가 인간에게 얼마나 쓸모있는 존재인지, 가을밤이 얼마나 추운지, 빗물에선 어떤 맛이 나는지 알게 되었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숲속엔 '흰 고래 모비딕'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등에 올라탄 채 그 숨결이 내 몸을 가로지르는 걸 느꼈다. 그 느낌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새겨진 채 지워지지 않으리라. 이제야 난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보는 느낌이 어떤지 알 것 같다.
p. 248~249
이젠 난 자면서 이를 갈지 않는다. 나를 괴롭히던 의문에서 일단 풀려났기 때문이리라. 언제 다시 나를 괴롭힐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 런 날이 와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마음속 가시덤불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손을 끊어낼 만한 용기와 힘이 내게 있다면.
이제 막 책 한 권을 끝냈다. 책을 쓰는 동안이나마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미 죽은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책을 쓰는 동안, 그리고 이따금 책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알아차렸다. 파리처럼 멋모르고 뛰어든 그 이상하고 야릇한 여행을 통해 내가 막연하게나마 '모든 이의 꿈'을 이뤄냈다는 것을. 두려움이라는 숲을 건너 우리네 마음속 깊이 감춰진 행복의 나라, 우리가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 그 행복의 나라에 이르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