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만지는 인생
이근후 지음 / 인디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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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선 문장 수집 노트를 다시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길로 두꺼운 노트를 한 권 사 왔었다. 그 노트의 영광의 첫 문장을 이 책에서 수집해서 써 내려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정신과 의사의 삶과 인생을 담은 가벼운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여든일곱 노(老) 의사의 연륜과 독서 내공이 묻어 나오는 철학적이고 묵직한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의 숨어있던 문장 수집 욕구가 활활 타올랐다. 무려 노트 3쪽에 걸쳐서야 필사를 끝냈다. 수집된 문장들이 앞으로 어떤 글에서 쓰이게 될지 기대가 된다.


예전에는 단순히 명언이나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작가가 인용하고 싶은 문장들을 글을 쓸 때 어떻게 매끄럽게 인용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배울 생각이다. 의사 선생님이자 만학도 할아버지 작가님이시라 그런지 아주 정석 그대로 명언뿐만 아니라 사전적 내용, 속담, 사자성어를 끌어서 얘기를 끌어나가셨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자면 거대한 인생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절대 코끼리의 전체를 죽을 때까지 온전히 알 수 없는 존재다. 코끼리의 일부분을 만져보고서 다 안다고 하는 장님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죽을 때까지 코끼리를 다 알기 위해서 계속해서 만져보고 겸허하게 애써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시력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배우고 나누며 봉사하는 삶을 사시는 게 아닐까.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이 그간 살아오신 삶과 일치해 보여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요즘 유행어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확행'이라고들 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A Small, Good Thing>에서 따 와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 작은 데서 기쁨을 누리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서 느끼는 행복을 말한다.

p. 166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가끔 쓰기만 썼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오늘에서야 그 출처를 알게 되다니 뭔가 겸연쩍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었다니 전혀 몰랐다. 이 책에서 '소확행'을 위해 앞으로 해 볼 두 가지를 찾았다.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았는데 에세이 꼭지 글 서두에 좋은 시가 많이 있어 그것을 읽는 동안 내 감성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좋은 시를 좀 챙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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