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ell You Something :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황영 지음 / 마음연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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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수능 영어 독해 지문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영어 지문과 한글 문장을 번갈아 보며 오래간만에 영어 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책장을 넘겼다. 옛날 기억을 되살려보면, 영어 독해 지문에 확실히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왔던 거 같다. 지문을 해석하다가 어디 책에서 본 내용이 있으면 내심 반가워하며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단어나 숙어를 공부할 때도 통문장으로 암기하면서 공부했었다.


영어 지문을 보다 보니 다시 영어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수능이나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한 단어 한 문장 소리 내 음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로 쓰인 글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읽지 않듯이 다른 언어로 쓰인 글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들들이 자라면 영어교육을 저자처럼 해 주고 싶다. 같이 영어를 공부하다가 중요한 개념이나 철학적 내용이 나오면 설명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니체 등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이 나와서 의도치 않게 철학을 공부했던 과거의 내가 소환되었다.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살았던 나의 과거.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밥벌이를 해야 된다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온 지난날이었다.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다 문득 다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삶을 멈춰서 돌아보게 되었다. 정신없이 바쁘고 살 때는 나를 진정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런 시간조차 사치라고 생각했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저자가 꿈을 이룬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처럼 저자도 인생이 원하는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저자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저자의 제자 A 학생은 하고 싶은 일, 꿈을 이룬 삶을 살고 있었다. A 학생은 동물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어 했고, 대학을 가지 않고 동물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용기를 내어 케냐의 나이로비 국립공원 관리소를 찾아가서 일하게 되고 결국 한국의 유명한 동물원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영화감독은 지식이 많아야 하고, 특히 철학을 많이 알아야 영화판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공부했던 철학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철학을 좋아하는 인생 선배로서, 자신이 배운 내용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진심으로 희망했던 것이다. 그렇게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철학자 니체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보았다. 니체의 말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고, 그로 인해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니체처럼 잘 가르치고 싶어 했다. 먹고살기 위해 했던 일을 더 잘 하고 싶어진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해도 괜찮은 일로는 바뀐 거 같은데, 내 일이 막 행복하진 않은 것 같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는 날이 내게도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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