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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
앨런 튜링 지음, 노승영 옮김, 곽재식 해제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10월
평점 :
반가운 책이라서 샀다. 대학원 다닐 때 튜링의 논문을 몇 개 읽어보았었는데, 이 중요한 논문을 번역한다니, 출판사의 시도는 참 좋다.
그러나 해제부터 오류가 나온다. 10페이지:
멈춤(halting) 문제는 결정문제(Entscheidunsproblem)가 해결불가능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불가능하다고 증명되는 문제이며, 엄밀하게 말해서 다른 문제이다. 그런데 해제하는 사람은 양자를 혼동한다. 독일어로 "Entscheidung"은 "결정", "decision"으로 번역된다. 실제로 영어 문헌에서도 이 문제의 번역은 "decision/decidability problem"이다.
번역은 어떤가? 일단 읽어 본다.
26 페이지의 (d)의 조건문 번역이 걸리지만 넘어가자.
그러나 27페이지에서 오역이 나온다. 마지막 문단 첫째 줄을 보라.
"괴델 및 그 밖의 정리에서 비롯하는 논변(반론(d)의 기본 바탕은 기계가 오류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능의 조건이 아니다."
원문은 이거다: "The argument from Goedel’s and other theorems (objection (d)) rests essentially
on the condition that the machine must not make mistakes. But this is not
a requirement for intelligence."
이렇게 번역하는 게 낫다: 괴델과 다른 정리들로부터 나오는 논변은 본질적으로 다음의 조건에 의존한다. 기계가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조건. 그러나 이것[즉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은 지능을 갖기 위한 요구조건이 아니다.
이전 맥락을 본면 실수를 범하는 것은 지능의 정도 차이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지능의 결여를 함축하지는 않는다는 논증을 튜링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계가 오류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니! 이게 뭔 소린가!
그냥 <The essential Turing>을 읽는 게 낫겠다.
내 도서구입비는 그냥 출판사에 기부했다고 생각해야 겠다.
제가 나중에 취직해서 정규직 되면 저랑 번역 하나 합시다... 이면 좋겠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번역이냐. 논문이나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