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장편 소설인데도 4시간만에 다 읽었다. 단편소설처럼 단숨에 읽혔다는 게 신기했다. 일부러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부터 읽었다. 읽기 전에 처음과 끝을 읽고, 해설을 먼저 읽었다. 그래서 한나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고, 문맹이라는 비밀 코드도 미리 알고 있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생각했다.

 

추리소설을 썼다던 작가답게 스토리에 비밀이 있다. 주인공 한나가 문맹이라는 점을 독자는 끝까지 알지 못한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한나는 그것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지멘스 회사에 입사해서 승진을 할 시점에서, 거부하고 수용소로 발령받는다. 거기서 하는 일은 약한 여자들을 선별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일이다. 그녀는 가장 약한 소녀들을 불러 밤마다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것은 비밀이었으나 살아남은 모녀에 의해 밝혀진다. 그녀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

 

나찌의 하수인으로 명령을 받은 그들은 그저 일로서 사람을 사지로 보내는 일을 했다. 거기 있는 여자들이 해야만 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전범 재판을 받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줄 알면서도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함으로써, 그녀는 가장 우두머리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명령을 내린 사람으로 지목되어 18년 형을 산다. 재판 당시 방청석에는 그의 연인이었던 소년이 앉아 있었다. 소년 미하엘은 17세때 그녀를 만나 스물 네살 법대생으로 재판을 목격한다. 첫사랑의 기억 속 그녀는 서른 여섯, 아름답고 성숙했으며 매혹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마흔 셋이 되었다.

 

그는 진실을 알려 그녀를 구해야 할까,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할까 고민한다, 미하엘은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끝내 밝히지 못한다.

 

 

미하엘은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고, 이혼을 한다. 결혼한 그녀에게서 그는 사랑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수감 8년째부터 18년째까지 그는 책읽어주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오래전 그녀를 만나면 책을 읽어주고 샤워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했던 그때를 기억하면서. 그는 한나가 글을 배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편지를 쓰지 않는다. 어쩌면 거리두기를 통해 옛사랑의 이미지를 지키고 싶은 이기심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석방되던 날, 미하엘은 그녀를 위해 도움을 줄 준비를 갖췄다. 마지막에 만난 그녀는 늙고 뚱뚱해졌으며 향기를 잃었다. 그때의 것이 사랑이었던가 그는 잘 몰랐다.

 

석방되기 전, 한나는 자살한다. 그녀의 방엔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소년을 사랑했으며 잊지 않고 있었다. 그의 편지가 오기를 기다렸으며 소년의 사랑을 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나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글을 배우고 읽게 된 학살의 잔임함을 알고 죄책감에 빠져서?

 

나는 소년 미하엘이 만약 진실을 알려 그녀를 재판에서 구했다면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아마도 그녀의 자존심이 조금 상처를 입긴 했겠지만 나중에 그러했듯 글을 배우기 시작했을 것이고, 미하엘과 다시 만나 사랑의 결실을 이루었을 지도 모른다. 평생 평행선을 달리듯 가까워지지 못한 둘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토론에서는 연상의 여인과 미성년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여기서 우리는 전쟁의 가해자인 독일의 지도자와 그리고 그 명령을 집행한 중간 계층 사람들, 그리고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는 재판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수치심 때문에 억울함을 받아들이는 재판(왼손잡이,동성연애, 마약중독)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에서도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말도 일본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초등학교도 졸업 못해 문맹자가 된 많은 할머니 세대가 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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