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나랏말쌈 7
박지원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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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을 읽다가 원전인 <열하일기>를 읽어보았다. 열하일기는 원본이 상중하로 얼마나 긴지 그 중 짧게 나온 책을 빌렸다. 


비평에서 많이 인용한 압록강을 건너며(도강록)와 심양을 지나며(성경잡지), 역마를 달리며 쓴 수필(역마수필)까지 들어 있었다. 역시나 박지원의 문장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원래 평론이 진도가 안 나가고 박지원의 문장에 이끌려 나갔다.

 

그는 하루 80리 길을 말을 타거나 걸으며 이동하고, 하루에 강을 아홉번이나 건너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것을 보거나 하면 취재하듯 물어서 기록하고 돌아와 그걸 글로 썼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잘 사귀었으며 그들의 이름과 호, 나이, 출신지를 모두 기록했다. 그의 그림과 글씨에 반한 이들은 다시 그들의 친구를 소개시켜 주고, 연경에 가는 그를 위해 추천서까지 써주었다. 그는 술과 음식을 대접받고 그들의 놀라움에 스스로 만족하곤 했다.

 

중국의 고전에 능하고 모르는 것이 없는, 동양에서 온 그를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그와 밤새 토론하고 예술과 인생을 노하는 것을 즐겼다. 박지원은 원래의 무리들에게는 거짓으로 자는 척하면서 밤마다 밀담을 나누고 그것을 열심히 메모해서 돌아왔다.

 

그의 호탕한 기개와 사람을 사귀는 유쾌한 성품은 글 속에서 대번 느낄 수 있었다.

중국말이 통하지 않는 대신 한자로 일일이 써서 서로 통하곤 했다. 그의 유려한 필체를 보고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사람에 대한 그의 기록을 보자.

 

이귀몽은 자가 동야이고 호가 인재이며 촉의 면죽 사람이다. 나이는 서른 아홉 살이고, 신장은 7척이다. 입은 모나고 턱은 넓으며 얼굴은 마치 분을 바른 듯 희고,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여 마치 금석을 울리는 듯하다.  

비치는 자가 하탑이고 호가 포월루 또는 지주, 가재라고도 하며 대량 사람이다. 나이는 서른 다섯 살이고, 아들 여덟을 두었다. 글씨를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조각도 능한데다 경서의 뜻도 곧잘 이야기한다. 집이 가난한데도 남을 조와주기 좋아하는데, 이는 많은 자식들을 위하여 복을 기르는 것이라 한다.(141p)

 

그는 새로운 친구들과 밤에 약속하여 필담을 나누는데, 글을 써서 서로 통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인적사항, 대화를 모두 기록하여 두었다. 심지어 건축양식, 도자기 만드는 방법까지도 모르는 것은 물어서 알아내곤 했다. 기록도 거의 전문가솜씨다. 사진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기록에 충실했는지, 그의 기억력과 메모광적인 태도도 대단하다.  

이국인들까지 매료시킨 그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 때문에 여러분께서 잠을 못 이루실까 걱정입니다."

하니 모두가,

"아닙니다. 조금도 졸립지는 않아요. 이토록 고귀하신 손님을 모시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하룻밤을 새운다는 것은 참으로 한평생을 살아도 억기 어려운 좋은 인연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만 세우러을 보낸다면야 하룻밤은 고사하고 석 달 열흘이 되도록 촛불을 돋우고 밤을 새운들 무슨 싫증이 나겠습니까?"(154p)

했다.

 

  "상공께서 비록 먼 나라에 계시지만 기골이 훤칠하시고 또 공자맹자의 글에 능통하시며 주공의 도를 닦으셨으니 이는 곧 한 분의 군자이십니다."(150p)라고 했다.

 

글로써만 그를 만나도 그의 유쾌하고, 괴짜답고, 지적인 매력이 다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정조도 그의 열하일기를 읽고 걱정을 하며, 국민들을 교란시키지 않는 바른 글을 써서 사죄하라고까지 했나보다. 아마도 베스트셀러로 글이 자꾸만 베껴져서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

예법과 복종의 미가 아닌 개인이 하나의 주체가 되고, 자유로운 행위를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박지원은 글이란, 읽는 이를 촉발하는 공명통이어야 하고 찬탄이든 증오든 공명을 야기하지 못하는 글은 죽은 것이다,(133p)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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