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의 빈칸 - 당신의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평점 :
💡일상 속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인사이트를 건져내는 눈을 기르는 방법
⠀

언뜻 생각하면 비슷하게 지나가는 일상도 알고 보면 새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늘 같은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정말 같은 일인가 생각해 보면 어제보단 좀 더 진전된 일을 할 수도 있고, 때론 다 엎어버리고 다시 일하기도 하고요. 어제는 좀 더 멀쩡한 정신으로 가뿐하게 했던 일인데 오늘은 왠지 피곤하고 뻑뻑한 눈으로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
이렇듯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기에 세세하게 뜯어보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일상의 빈칸>은 우리가 인식하는 '일상'이라는 뭉텅이를 흩어줍니다. 뭉텅이진 시공간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짚어주는 책이에요.
⠀
✏️일상을 꽉 채워진 단단한 의미 체계로 보지 말자. 새로운 시선과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빈칸으로 바라보자.
⠀
⠀
최장순 저자의 책은 나오면 꼭 챙겨 보곤 해요. <기획자의 습관>을 보곤 반해서 이 길을 가고 싶다 생각했거든요. 덕분에 저자의 신간들도(<의미의 발견>, <본질의 발견>) 늘 챙겨 보게 됐어요. 읽을 때마다 결이 맞다 싶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저는 정의하지 못했지만 이 분의 책을 보면 정의할 수 없는 충족감이 있거든요.
⠀
저자가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언어학, 기호학,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깊이와 시선이 남달라요. 저서들을 보면 '와, 이걸 이런 식으로 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언가를 제작하는데 본질적인 의미를 풀어 새롭게 담아내는 것 같아요. 브랜딩 사례 속에 그런 시선과 깊이를 다뤄줘서 읽다 보면 그 브랜딩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도 해요.
⠀
<일상의 빈칸>에서는 장소, 사물, 언어 등 우리가 가고, 보고, 사용하는 것들의 숨겨진 의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각 나라별 맨홀 뚜껑에는 각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엠블럼은 권위와 품격을, 일본의 경우 격자는 효율과 규격을 중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
⠀
또 우리에게 '정'으로 통하는 초코파이는 나라별로 외치는 메시지(컨셉)가 다릅니다. 그래서 패키지를 보면 그 나라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어요.
⠀
⠀
같은 용도의 사물도 환경이 바뀌면 담아내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의미의 변화들이 새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빈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숨겨진 의미를 더듬어가다 보면 그곳에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
흔히 알려진 크리에이티브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죠. 그러나 저자는 크리에이티브란‘A라는 유’에서 ‘B라는 유’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어떠한 ‘있음’이 다른 ‘있음’으로 되는 상태, 바로 이 ‘되기(becoming)’의 과정을 크리에이티브라고 해요.
⠀
✏️하나의 대상을 어떤 대상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크리에이티브가 다르게 작동되는 것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를 대하는 가장 근본적이며 쉬운 방식은 배치의 대상물을 변경하는 것이다.
⠀
⠀
크리에이티브는 배치의 대상을 다양하게 변경해 보고, 규칙을 바꾸면서 기획됩니다.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다른 관점이라 신선했는데요. 이런 점을 보면서 '크리에이티브'라는 막연한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은 부제가 말하듯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크리에이티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뭉텅이처럼 지나가는 일상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는 분들, 색다른 관점을 탑재하고 싶은 분들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