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발견에서 재생의학까지 미래과학 로드맵 1
샐리 모건 지음, 최강열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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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꿈에 도전하다 

[서평]셀리 모건이 쓰고 최강열 교수가 편역한 『줄기세포 발견에서 재생의학까지』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신림동 양지병원이었을 거다. 삼촌은 혜화동 근처 서울대학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기억하진 못해도, 내가 기억해야 할 죽음은 그 이외에도 숱하게 많을 거다. 그들은 대개 자신들의 지병을 어찌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것이 암이든, 뇌경색이든 죽을병은 죽을병이었다. 산 사람은 산 사람이고, 사자는 사자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너무나 뚜렷했다. 그 경계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믿었다.

“어린 아이의 간을 먹으면 병이 깨끗하게 낫는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이런 말들이 떠돌아다녔던 거다.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을 양산시킨 주범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줄기세포는 한마디로 어린아이와 같다. 어린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 다양한 직업을 가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듯이, 줄기세포도 나중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및 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잠재력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의 잠재력? 그걸 병 든 사람의 몸 안에 심는다. 그러면 조금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르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줄기세포’가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냥 황우석 사건 때 잠깐, 무슨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잠깐 보았을 뿐이다. 그 얕은 지식으로 안다고 떠들어댈 순 없었기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청소년용 과학도서라고 하기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있는 책이다. 섣불리 줄기세포 연구에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현미경의 탄생과 세포의 발견을 이야기하면서 차근차근 줄기세포의 세계에 진입한다. 뒤로 갈수록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수정란 이식을 통한 복제 동물 이야기, 줄기세포 연구의 쟁점과 미래의 전망 등 쉽지 않은 난이도(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는)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뭔가 역시 어렵다는 감은 있었지만, 그건 내용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지 책에서 오는 감은 아니었던 것 같다.

1595년 네덜란드 사람 자하리아스 얀선이 최초의 현미경을 만든 이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최초로 적혈구세포를 발견하고, 급기야 1981년에 케임브리지대학의 마틴 에번스와 매슈 코프먼이 생쥐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발견한다. 게일 마틴은 ‘줄기세포’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보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어투가 다소 과장되거나 사견이 많이 들어갔다면 오히려 반감이 심했을 것이다. 책을 보다가 “아, 난 이런 책 싫어!”하면 덮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면이 적어서 한결 수월했다.


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계속해서 분열한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통제하려 하지만, 줄기세포가 환자의 몸속에서 통제되지 않는 형태로 성장하여 암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염려가 많다. (100쪽)

모든 과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질병과 노화를 기적적으로 치료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 임페리얼대학 불임연구소의 로버트 윈스턴 교수는 줄기세포에 의한 질병 치료가 과장 되었다고 믿는다. (118쪽)


책은 한 방향으로만 나가지 않고 모든 면을 두루 살피며 ‘줄기세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진정한 애정에는 언제나 비판과 격려가 함께하는 법이니까. 줄기세포로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을까. 백혈병, 당뇨병, 뇌경색, 파킨슨병, 진폐증, 심근경색, 퇴행성관절염은?

내 주변 사람 중 몇몇은 저 질병들 중 한두 가지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여우나 거북이의 간, 어린 아이의 간을 먹는다고 딱히 나아지지 않았을 거다. 하긴, 요즘에는 태아의 태반까지 몰래 먹는다고 하질 않던가. 그게 다 살고 싶어서 그런 거지. 그런 점에서 ‘줄기 세포’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이 책에 신뢰감이 생겼다. 당장 언제 완성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들은 지금 오랫동안 신화나 괴담으로만 존재하던 ‘인간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거기엔 위험요소와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아마도 그 위험요소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하고 섣부른 판단은 유보한다. 물론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희망이다. 신중한 희망을 제시하는 책이기에 청소년이나 나처럼 과학에 소홀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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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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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글솜씨가 좋아 술술 읽힙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정겨운 가족들의 모습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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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소비 청소년 에코액션 1
안젤라 로이스턴 지음, 김종덕 옮김 / 다섯수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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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소비하는가, 소비가 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지 차근차근 말해주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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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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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수컷임을 증명하는 책이다. 실락원을 썼다는 의학박사,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가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 등을 통해 그 사실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이 책을 읽고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남자가 수컷임을 왜 모르겠냐만은, 외도- 바람 피는 것을 이기적으로 합리화시키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구역질이 나는 게 사실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읽어봐도 그렇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비참할까.

수없이 많은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 등이 외도를 주제로 한다. 작품 속 부부는 때때로 헤어지고 이혼하기도 하고, 다시금 서로를 부여잡고 화해하기도 한다. 아예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이색적인 결말도 있다. `하나의 인간`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인생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에는 동의한다. 만약 부부 양측이 그런 결말에 만족한다면 그 누구도 딴죽을 걸기 어려울 거다.

문제는 여자측에서는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남자만 발광을 할 때다. 보수적이든 가정적이든 간에 여튼 남편측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 글이 편하게 읽히진 않았다. `남편은 원래 이런 존재다, 결혼 후 모든 것을 억제해야 하는 남편은 외롭고 쓸쓸하다. 외도를 해도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게 남자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라는 존재를 다양한 자료 제시나 경험을 통해 분석한 것은 상당히 탁월하지만, 씁쓸함을 지우긴 힘들다. 이렇단 말이지. 미혼 여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남자가 수컷임을 부인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건 개도, 소도,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수컷들은 발정이 난 동물 같은 존재다. 그것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동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동물들이, 본능이 그렇다고 해서 법적 결혼을 한 배우자의 외도를 그저 `쿨`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게 아무리 세련된 방식이라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차라리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남자가 수컷임을 인정하되, 행복한 결혼 생활의 부부들을 취재해 좀 더 나은 결말을 제시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남편이라는 것>의 분석력과 자료 제시는 아주 탁월하다. 그마저 없었다면, 사실 이 글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가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도 실은 이 책의 장점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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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 열음사 해외문학선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조수연 옮김, 최수철 감수 / 열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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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가장 위대한 프랑스 소설가’라 불리는 르 클레지오, 어느덧 67세에 이른 노작가의 최근작 《혁명》이 출간되었다. 한국의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르 클레지오는 40년이 넘는 창작생활 동안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 에세이 등 30여 권의 저서를 꾸준히 발표해왔고, 1994년에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가장 위대한 현존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혁명》은 데뷔 이래 줄곧 왕성한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아온 그의 40번 째 소설이다. 

 
르 클레지오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면이 투영된 대서사극 《혁명》은 의사였던 클레지오의 아버지는 소설 속 주인공 장 마로에 투사되어 있다. 또한 아프리카 부족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은 소단락인 킬루아 편에서 드러나고, 모리셔스 섬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과 작가 자신이 가혹하게 연루돼 있다는 알제리 전쟁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조상이 이룬 세계에 대한 향수가 남다르다는 프랑스인답게, 실제로 프랑스대혁명 당시 르 클레지오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브르타뉴 지방을 떠나 프랑스령이었던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여정을 작가는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재현해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리셔스 섬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과, 작가 자신이 매우 가혹하게 연루돼 있다고 말하는 알제리 전쟁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조상이 꿈꾸고 이룬 세계에 대한 향수가 남다르다는 프랑스인답게, 실제로 프랑스대혁명 당시 르 클레지오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오던 브르타뉴 지방을 떠나 프랑스령이었던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여정을 작가는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이 섬의 한 거리는 ‘르 클레지오’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브르타뉴어로 ‘르 클레지오’는 그 지방의 선사시대 유적인 ‘줄지어 서 있는 거석’을 뜻한다고 한다.


《혁명》은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최수철 선생도 발문을 통해 이 작품이 '시적 서정성,서사적 자연스러움,문제 실험, 내면 의식의 발현, 철학적 깊이, 역사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대한 실천적 주장' 등을 지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르 클레지오의 이 신작 소설은 지리멸렬한 일상에 묶인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뿌리와 회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한동안 읽는 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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