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남자`가 수컷임을 증명하는 책이다. 실락원을 썼다는 의학박사,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가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 등을 통해 그 사실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이 책을 읽고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남자가 수컷임을 왜 모르겠냐만은, 외도- 바람 피는 것을 이기적으로 합리화시키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구역질이 나는 게 사실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읽어봐도 그렇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비참할까.

수없이 많은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 등이 외도를 주제로 한다. 작품 속 부부는 때때로 헤어지고 이혼하기도 하고, 다시금 서로를 부여잡고 화해하기도 한다. 아예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이색적인 결말도 있다. `하나의 인간`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인생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에는 동의한다. 만약 부부 양측이 그런 결말에 만족한다면 그 누구도 딴죽을 걸기 어려울 거다.

문제는 여자측에서는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남자만 발광을 할 때다. 보수적이든 가정적이든 간에 여튼 남편측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 글이 편하게 읽히진 않았다. `남편은 원래 이런 존재다, 결혼 후 모든 것을 억제해야 하는 남편은 외롭고 쓸쓸하다. 외도를 해도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게 남자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라는 존재를 다양한 자료 제시나 경험을 통해 분석한 것은 상당히 탁월하지만, 씁쓸함을 지우긴 힘들다. 이렇단 말이지. 미혼 여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남자가 수컷임을 부인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건 개도, 소도,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수컷들은 발정이 난 동물 같은 존재다. 그것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동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동물들이, 본능이 그렇다고 해서 법적 결혼을 한 배우자의 외도를 그저 `쿨`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게 아무리 세련된 방식이라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차라리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남자가 수컷임을 인정하되, 행복한 결혼 생활의 부부들을 취재해 좀 더 나은 결말을 제시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남편이라는 것>의 분석력과 자료 제시는 아주 탁월하다. 그마저 없었다면, 사실 이 글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가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도 실은 이 책의 장점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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