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상가이자 대중 연설가인 켄 윌버의 초기 대표작인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1996) 가 김영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초기 트랜스퍼널심리학에서 통합심리학을 넘어 동서양의 모든 학문을 섭렵하는 학자이며 동시에 지독한 (?) 수행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집필한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켄 윌버는 어렵고 난해한 천재 사상가로 기억된다.

 

   2005년 대학원 재학 중에 처음 켄 윌버를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2004년 대원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때 나의 식견으로는 방대한 학문의 스펙트럼에서 풀어내는 이론과 용어가 어렵고 낯설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 한 채, 책을 덮어야 했다.

 

   이후에도 그의 서적을 여러 권 읽었지만, 사실 켄 윌버의 이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수련 체험이나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경험했다. 그랬구나..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발달과 진화에 대한 이론은 방대하며 난해하기만 했고 그는 단지 초월 및 영성에 대한 수행 체험에 빠진 신비주의 경험주의자로 왜곡했었다.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 발달과 온우주의 진화과정을 해석하고 동서양의 수행을 직접적으로 체험해야 했다.

 

말하자면 여전히 당신은 이러한 영적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역시 마음, 신체, 물질로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지적으로 이러한 체험에 대해 자신을 바르게 적응시켜야 합니다. 당신은 그것을 해석해야 하고 설명해야 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 본문 203

 

조화가 찾아 갈 수 있는 것은 상승조류와 하강조류의 결합에 있는 것이지 둘 사이의 어떤 전쟁에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상승하강이 통합될 때 비로소 양쪽 다 구제될 수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 본문 51

 

   윌버는 인간의 의식 발달 및 진화에 따른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월적인 체험의 상태 보다는 단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고 이를 체계적으로 명료하게 전개시키고 해석했다. 특히 각 단계별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를 초월하며 동시에 포함한다는 것이며 새롭게 생겨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각 상위적인 수준은 그 선행하는 수준을 초월하고 내포하는 것으로서 일련의 동심원적 원화이나 겹겹의 둥지로 된 구환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실현 홀라키로, 각 단계는 겹겹한 둥지형 양상으로 선행하는 단계들을 전개하고 나서는 감싸서 품어 넣습니다.” - 본문 266

 

   10여년이 지나 김영사에서 재출간 된 모든 것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를 다시 읽었다. 예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3분의 2는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전히 쏟아지는 용어와 이론들이 버거웠지만 밑줄을 그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읽은 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해에 대한 욕구 보다는 읽어야 할 챕터에 호기심이 생겼다. 심지어 재밌었다. 켄 윌버의 책이. 그동안 내 나름으로 수련(수행)하면서 경험이 생기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으면서 이해력이 높아지기도 했겠지만 깔끔하고 읽기 편한 편집으로 가독성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길을 우리 각자는 걸어 나가야 하는가? 결국에서 가서는 이것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는지도 모른다. 인식의 굴레부터 벗어나고 각성의 깨우침 속에서 해방되면서, 경이로움이 계속 거품처럼 넘쳐흐르고 환희가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 모두는 어떻게 경탄하는지를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그 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며 우리의 영원한 고향을 불가해하게 가리키는 것이다.”

- 독자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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