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물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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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많은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내고도 결코
얼굴을 공개한 적 없는 안녕달 작가.
그 흔한 북토크 한번 없지만 그래서 일까.
이번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게다가 어른을 위한 그림책.
그래픽 노블형식의 장편이라니.


지난겨울.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펼쳐진 눈과 아이의
특별한 우정이야기였던 <눈아이>에 이어
이번에도 눈과 (정확히는 눈사람) 사람사이의
상상으로 쓰여진 작품이었다.

차가운 온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눈아이.
그런 눈아이를 ‘어쩌다’ 낳은 여자는
점점 올라가는 기온을 막기위해 모든것을 내던진다.
그녀는 초록의 기운을 막기위해 ‘언제나 겨울’ 제품이 필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물질이 넘쳐나지만 삭막한 도시로 나가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절절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당신은 그렇게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각박한 도시에서 당신은 살아남으려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림책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깊이만큼 .
그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책을 본다면 ..
누군가는 장애아를 낳은 엄마를 연상할 수 있겠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꿈을 연상 할 수 있겠고.
또 누군가는 어쩌면 지구를 지키고 살려야 겠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기온이 올라가면 녹아버리는 나의 소중한 무엇.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져 가고 잃어가는 그 무엇.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며.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사이 그걸 지키려는 노력을 해본 적 있을까.
그건 그대로 잊혀지고 잃어도 괜찮은 걸까.
끊임없는 질문과 상상을 만드는 책.

사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체라는게 아주 따뜻하고 밝은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조금은 슬픈 이야기와 잘 어울릴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아이들 그림책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에서
느껴지는 상상을 성인용으로도 제법 어울리게 담을 줄 아는 작가였다.
그래서 이런 동글동글한 파스텔 취향의 그림체를 슬프고 아픈 이야기로도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아주 살짝만 보이는 얼굴로 거의 뒷모습같은
표지속의 주인공은 어쩌면 작가를 닮았다.
얼굴이 있고 입이있고 코가 있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로 많은 표정을 읽게하고
느낌을 가지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포기하고
오직 그녀의 행동.이따금 나오는 말 몇마디로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라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오직 작품만으로
자신을 알린 작가를 연상케 한다.

마치 단편영화를 보듯. 잔잔하게 장면장면 보여지는 그림들.
그리고 하나의 막이 끝나고 다른 막이 펼쳐지듯 비어있던 공간들
그림책을 넘기면서 어디선가 들릴 것 같은 잔잔한 음악은
실제로 플레이 리스트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눈,물의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Picturebook playlist 는 유튜브 창비에 올려져 있는데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면 더없이 감성적으로
온전히 감상하기 좋아서 추천하고 싶다.

특히 마지막 즈음

물결 - 전진희, 김휠 부분

파르르 파르르 파르르 떠네
파르르 파르르 나의 호수

라는 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더욱 감성적으로 와닿았다.

단편영화처럼 느껴지지만
그림책의 물성을 온전히 이용한 부분도 있다.
여자가 ‘언제나 겨울’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나간 때에는
종이재질을 다르게 해서 도시의 화려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때. 또다시 원래의 종이재질로
돌아오는 . 그림책만 느낄 수 있는 아주 디테일한 장치가
또다른 매력이다.
어른들이 보기좋은 크지 않은 사이즈. 무려 288 페이지 (두께!) 분량.
(그럼에도 단숨에 책장이 넘어가는 흡입력)

그림책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되고.
어른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이 늘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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