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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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일년째 다리가 아파 침대에만 누워있는 예란.
예란에게 어둠이 몰려오는 해질녘은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시간 예란을 찾아오는이가 있었으니 ‘백합 줄기 아저씨’.
아저씨는 엄마가 다시 못걷게 될거라고 말한 그날부터
3층 창문으로 예란을 찾아온다.
아저씨는 그 무엇도 이상할 것이 없는 ‘어스름 나라’로 예란을 데리고
날아간다.
어스름 나라에선 한번도 운전해 본 적 없는 예란도 전차 운전이 가능하고
전차가 도로가 아닌 물길을 달려도 이상하지 않다.
궁전에 가서 왕과 왕비를 만나고 버스를 운전하고
어스름나라 사람인 크리스티나와 춤을 추고
가두어진 우리 없이 자유로운 동물원에가서 말하는 사슴과 곰을 만나고
레몬주스가 날아와 식탁위로 떨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는 어스름 나라의 고요한 백합의 집을 방문하고
도시의 집들에 하나둘 불이 켜질 때 예란은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어스름 나라에선 그 모든것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림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
이분의 이름을 딴 상이 존재하고 그 상을 우리나라 백희나 작가님이 수상
하셔서 더욱 우리는 이 이름을 기억할 수 밖에 없다.
린드그렌에 대해서 조금 조사해 보니 1907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유명한
어린이 작가시며 2002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동화책,그림책,희곡등
무려 10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분이셨다.
어렸을때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삐삐롱 스타킹>또한 이분의 작품이었다니
누구보다 어린이의 마음을 알고 무한한 상상을 펼쳐 보이신 아동문학의
대가이신 것.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픈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그 어느때 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뛰어 놀아야 할 어린시절
걸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린드그렌은 그런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스름 나라’에서 다리가 아픈아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안되는 것이 너무 많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저 한마디가
이 책이 하고 싶은 거의 모든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온라인을 통해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무한한 자유’
그리고 샤갈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하늘위에 상상의 세계를 펼쳤던 사걀의 그림처럼
아이는 더없이 자유롭고 무언가 설명하는 모자쓴 아저씨는 앞으로 펼쳐질
많은 이야기들을 암시했다.
햇볕이 쨍쨍한 낮이 아닌. 아주 깜깜해진 밤도 아닌. 그렇게 해가 기울어
하늘이 붉어지고 있는 시점. 그 시점의 분위기는 그림책속에서 만나기
어려운 때가 아닐까.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배경과 인물들이 수상하다.
특이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에게 백합 줄기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 옛날에 크리스니타가 여기에 살 때는 다들 이런 옷을 입었단다.”
어스름 나라는 왕과 왕비가 있고.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옷차림을 한 여자아이가 있고
주스를 몽땅 뒤집어 써도 아무렇지 않은 아기곰들이 있는.
게다가 어느순간 햇빛이 비치는 공간까지.
어스름 나라는 시간을 가늠 할 수 없는 상상의 나라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이 끝나는 지점에 아이를 다시 방으로 되돌려 놓는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엄마와 사이가 틀어진 아이가 괴물들과 놀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 왔다면. 어스름 나라에 다녀온 아이는 해질녘의 짧은 순간
많은 경험을 하고 다시 방 침대 위로 돌아온다.
판타지 동화의 전형같은 두 동화가 비교되는 마지막이었다.
또한가지 닮은 점은 두 판타지 동화가 모두 아이들에게 힘든 점들이 있는 순간이라는 것.
괴물들.. 에서는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벌을 받게 된 아이가 있다면
어스름 나라에 간 아이는 몸이 아픈 아이이다.
아이들이 어렵고 힘든 순간을 극복하게 하기 위해 어른들이 위로해 줄 수 있는건
결국 이런 상상의 나라로 초대하는 것.
그래서 판타지동화는 마음과 몸이 힘든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픈 어른들의
선물같은 것이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신비하고
호기심나는 사건들이 펼쳐지고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거기에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그 나라에 초대되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위로와 상상이 돋보이는 동화였다.

다만.
그림책이지만 글밥이 조금 되는 편이라
엄마가 다 읽어주려면 집중해서 잘 들어줄 귀가 필요하다는 점은
미리 말해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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