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라인 1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김청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필연적으로, 다빈치코드, 장미의 이름과 비교해야 할까?

유럽 작가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대놓고 액션 스릴러는 아니고, 분위기가 더 풍부하다.

대신, 그 분위기라는 게, 어쩐지 프랑스 소설이나 영화처럼 모호하게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독일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 책과 같은 인상을 받은 적은 없고,

영락없이, 한국에도 소개된 프랑스 소설이나 영화 같다.)

여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가브리엘 데스트레만 놓고 봐도, 장면에 따라서 묘사가 달라서 복잡하다.

앙리4세를 사랑했다, vs 아니다 늘 따로 연인이 있었다,

왕을 위해 헌신적이었다 vs 자기 욕심 채우기 바빴다,

왕비가 되려는 집념이 있었다 vs 첩이 왕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늘 알고 있었다, 등등.

이런 식이다.  앙리4세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가브리엘의 아이들을 모두 왕실자녀로 대우해주는

듯 하다가, 다른 장면에서는 가브리엘의 외도의 결과라는 것을 묵인해주는 것 같은 태도도 보인다.

어차피 가브리엘이 왕비가 되진 못할테고, 아이들도 왕좌에 앉을 일은 없을테니, 남성으로서

생식력을 과시하는 도구 정도?

어느 장면이 그들의 진심일까? 따라가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인지도 모른다.

가브리엘은 어차피 집안내력대로, 당시 풍조대로 복잡한 연애관계 속에서도 자기 주관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왕의 아이라고 내세웠다고 해도, 자신의

야망이 아니라  왕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시의 프랑스인들이 자기네 국왕과 그 애첩을 이렇게 관찰한 기록을 토대로 썼으니까.

프랑스인 자체가 복잡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다빈치코드 같은 단순 액션스릴러의 분위기는 면했다.

하지만, 그래서 결말도 어째 모호하다.  그게 약점이다.  애초에 장미의 이름처럼 깊이 있는

문제를 파고든 것도 아닌데(남자, 여자의 연애심리도 신비로운 것이지만), 다빈치코드같은 액션도 없다. 

초상화 주문자는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모호하지만, 가브리엘의 사인은 꽤 단호하게 밝힌다.

근데, 그건 가브리엘 데스트레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분위기만 띄우다가 뻔히 아는 얘기냐?  이렇게 황당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리고 가브리엘 데스트레를 아는 사람이라면, 앙리4세의 현란한 연애역사도 모를 수가 없는데,

어떻게 앙리에트에 대해서 현대의 주인공이 뒤늦게 알고 경악하는 것일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말은 아쉬우나, 중간의 분위기는 너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