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기리노 나츠오 지음 / 다리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작가가 산전수전 다 겪고 중년에 들어 발표하기 시작해서

'부드러운 볼', '아웃'에서 꽃을 피우고 '그로테스크'에서 끈질긴 저력을

보여줬다. 

'아웃'도  '부드러운 볼'처럼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이 생활을 탈피해서

황량한 모험세계로 상처입으며 나서는 책이다.

여자작가라 그런가 주인공의 모험의 출발점도, 위기도 남자다.

현실의 남자(남편)은 아내로서의 의무를 당연히 기대하면서도 여자로서의

욕구는 다정하게 채워주지 않는다.  그림에 그린 듯한 동양권 남편인가, 허허.

여자가 일상궤도를 벗어나며 만나는 남자들은 또 당연히 엄청 극단적으로

희안한 인종들이다.      사귀는 여자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어

세련된 디자이너에서 야쿠자풍 기둥서방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남자라든가,

영계를 밝히면서도 나이든 여자에게 모험을 구걸하는 동안의 멋쟁이 사채업자라든가,

여자에게 증오의 극치를 넘어 몽롱한 상태에서의 온기를 갈구하는 야쿠자라든가.

너무너무 극단적이다.   대화는 간결하고, 묘사는 마구 도약한다. 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책이다.  전반부가 여자의 답답한 생활을 설득력 있게 그려서 독자들 공감을

얻는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극단적인 남자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더 신나게 설쳐댄다.

토막살인을 기업형 시체처리업으로 확대시키는 미남 사채업자라든가, 불륜취향을

자상한 기둥서방 역할에 활용하는 세련된 도시 남자라든가. 

정말 '아이고' 소리 나게 우습게 경쾌하게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나서 재미있다.  '그로테스크'도 번역되면

그 탁월한 시점전환으로 또 독자들을 즐겁게 할 거다.    다만 이 너무나 능숙한

시점전환 때문에 이야기가 각자 다른 별개의 장면을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편집이라기엔 지나치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게 이 작가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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