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넘쳐나는 대하소설 붐에서도 한국의 대하소설의 최고봉은 토지이다.

여러 고장과 여러 사람들을 엮어서 여러 시대를 올올이 뽑아낸 작품이며,

다른 대하소설과는 다르게 어느 특정한 사상과 계급을 열정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모습 하나하나를 그려 짜맞춰갔을 뿐이다. 

분명히 토지는 전체를 꿰뚫는 극적인 줄거리를 딱 하나 꼽아서 제시하기

어렵고, 주의랄까 사상이랄까 그런 구체적인 개념보다는 극적인 몇몇 인물의

묘사가 더 압도적이다.   뒤집어보면 다른 대하소설처럼 구호를 목청 돋구어 외치기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 한 장면 한 장면의 극히 성실한 그림을 모은 화집과 같다.

화집의 각 그림들이 가로 세로로 서로 이어져서 토지라는 소설을 만들어낸다.

어느 독자나 극적으로 기억하는 서희도 평생을 거치며 여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감정을 드러낸 적이 폭풍같던 구혼시절을 제외하고 한 번이나

있었던가.  언제나 그녀는 양반의 여주인이다. 양반이 결코 될 수 없는 남편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나가는 균형 자체가 토지를 대변한다.  어느 인물도

자신이 놓인 극적인 상황과 치열한 행동 외에는 독자에게 보여주는 주장이 없다.

그들의 삶 자체가 이미 정말 극한으로 치열하기 때문이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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