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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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라,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빵부터 시작해서 각종 음식들은 내돈 주고 사먹는 경우가 거의 없고, 어쩔수 없는 상황(회식, 모임 등)에서만 먹는다. 밀가루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말 중 하나가 '밀가루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빵 같은 것을 끊지 못한다'라는 말일 정도로, 심지어 국민 음식이라는 라면도 일년에 몇 번 안먹을 정도로 밀가루 음식은 나에게 먼 음식이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소재가 '국수'라는 것을 알았을 때, 국수=밀가루 라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하얀 소면이 즉각적으로 떠올랐다. 이정도로 국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막국수'라는 명칭을 보았을 때 막국수가 뭐였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소면을 비벼먹는게 막국수였나? 뭐였지?하며 결국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아! 맞다! 이런 국수도 있었지! 검색 이미지로 나온 것은 소바와 비슷한(?) 갈색 메밀면이었다. 워낙 외식, 배달을 하지 않고, 특히 국수 메뉴는 직접적으로 사먹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국수하나가 이렇게 헷갈릴 줄이야.

어쨌든, 막국수 하나로 그런 외지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상권, 장사 터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터라, 그시절 교통도 좋지 않은 고기리에서 막국수 메뉴 하나로 하루 한 그릇에서 시작해서 하루 1000그릇을 파는 가게가 되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진위여부를 알수 없는 너도나도 창업해서 월 천만원, 월1억 벌기 인증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고기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메뉴 개발을 위한 과정, 손님들을 대하는 진정성 등 하루 1000그릇을 팔기까지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문장들에서 간접체험을 하면서 이러니 성공할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가게와 관련된 정말 작은 하나까지 그냥 지나치치 않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확인하는 그 행동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드는지를 읽어내려갈 때는, 들기름막국수의 사방에 퍼지는 들기름 향처럼, 저자의 이런 진심어린 마음의 향을 맡고 손님들이 단골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정말 많은 난관을 경험했을 저자겠지만, 책에는 그런 난관들을 극적으로 표현해놓기 보다는 최대한 다루는 대신, 오히려 많은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가게를 끌어왔는지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기술되어 있어 입안으로 후루룩 빨려 올라가는 국수면발처럼 읽히는 책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막국수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점에서는 100% 성공한 것 같다. 나같이 국수 HATER에 가까운 사람이 고기리막국수 집을 찾아가볼 생각이 들어 지도를 검색하게 만들정도였으니 말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꼭 들기름막국수를 먹으로 고기리막국수에 가봐야겠다. 들기름막국수가 무슨 맛인지도 무척 궁금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이런 정성으로, 이런 진심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척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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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링 - 집을 온전히 누리는 법,
애나 맥거번 지음, 샬럿 에이저 그림, 김은영 옮김 / 유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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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사부작거렸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졌다.”

포터링은 정해진 계획이나 이렇다 할 목적 없이 무언가에 즐겁게 몰두하는 것을 말해요.

‘즐겁다’는 편안함을, ‘계획이나 목적이 없다’는 것은 자유를 말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종종 사소한 집안일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포터링이에요.

차 한잔 끓이는 일, 산책,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 분리 수거 하는 일, 창밖을 내다 보는 일도 모두 포터링이에요.

왠지 하고 나면 아주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을 말하죠.

​“우아한 빈둥거림에서 시작되는 작은 행복”

포터링은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원하는 만큼, 시간이 되는 대로 하면 돼요.

​창밖을 내다보거나 생각에 잠기는 일은 의외로 큰 도움이 됩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을 돌아보게 하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

집, 직장,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할까?

중요한 질문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잠시 멈춰 그동안 살면서 좋았던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일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보세요.

말 그대로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헤아려보세요.

분명한 해답을 얻으려 할 필요는 없어요.

해답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거예요.

​“포터링을 하면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어요.
그 덕에 기운을 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랍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우선 순위와 기대치에 맞추려 애쓰고,

일, 가족, 스트레스, 그리고 공부에 끊임없이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당신의 시간이 당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슬쩍 사소한 일에 자신을 맡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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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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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원래 '개가 짖는 소리'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개소리'는 이미 눈치챘겠지만,우리가 사랑하는 귀여운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모두가 느끼고 있겠지만 요즘은 이 개소리가 판을 치는 가장 정점의 시대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지구상의 누구든지 사실유무와는 관계없이 이목을 끄는 글들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SNS에 재미 삼아서, 특정 이념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한 클릭 유도를 위해 수많은 가짜 글,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떠서, 일명 '매체'라고 불리는 신문사들도 직업 윤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오직 클릭만을 유도한 낚시성 기사들을 쏟아내 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중은 혼란해지고,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내용을 퍼다 나르고 공유하며 서로 담합하기도 했다가, 싸우기도 했다가, 비난하기도 하면서 서로 자신이 본 자료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분열과 갈등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서, 미대선(트럼트 vs 힐러리), 브렉시트 때도 상당한 문제가 되었었는데, 그 기세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번 미대선(트럼프 vs 바이든)에서도,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코로나 관련 해서도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며 그 수위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추세다.

개소리, 가짜 뉴스 생산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보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 내기도 하고, 목적을 가진 권위자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떤 조그만 섬나라의 청소년이 단지 용돈 벌이를 위해 말도 안되는 가짜 뉴스를 생산해내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인 미국 대통령 트럼트도 가짜 뉴스를 일상처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이런 권위자가 생산해내는 가짜 뉴스는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해서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개소리라 불리는 가짜 뉴스는 생산하기 쉽지만, 팩트 체크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팩트 체크의 특성 상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가짜 뉴스가 생산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모든 가짜 뉴스를 팩크 체크 했다가는 해당 매체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 뉴스와 같은 개소리에 넘어가지 않고, 팩트를 접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의 자정 작용을 위해서는 개소리를 믿고 퍼뜨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를 먼저 알고 거기에 동화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개소리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있다.

- 숫자 놀음에 취약하다.

- 집단에 동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 공통의 적이 만들어내는 소속감을 선호한다.

- 온라인 정보를 정확히 팩트 체크하지 않고 그냥 믿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소리들 사이에서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개소리를 줄이고, 팩트 체크를 하기 위한 과정은 관련 기관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 책 #개소리는어떻게세상을정복했는가 에서 어느정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그가 제시한 해결법은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해결법이라기 보다는 팩크 보도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보도 매체가 취해야 할 해결법의 느낌이 강하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져 방송 매체, 신문 매체들 뿐만 아니라 '돈'을 위해 가짜 뉴스 생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중,소형 매체들이 이 책을 꼭 읽고, 보도 윤리에 맞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컸다.

하지만, 분명 수많은 개소리들을 접하는 한 개인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내용들도("내가 얻은 콘텐츠의 출처를 떠올려보자.") 있다. 지인이, 친구가, 직장 동료가, 내가 속한 그룹, 내가 어울리는 무리들이 전달하는 내용이라고 무작정 믿고, 그대로 퍼나르며 공유하기 보다는, 한번 더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사실유무를 진지하게 따져본다면 지금보다는 '개소리'가 훨씬 줄어들어, 좀더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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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 처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고전 입문서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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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이 붐이다.

방송 프로그램, 강의, 출판업계에서 아주 흔한 용어가 되었고, 그와 더불어 잘 소비가 된다.

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 활동이 이에 포함되는데 언어,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등이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학창시절에 #논어 를 읽었을 때도 참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논어를 재독해야겠다는 마음, 동시에 다른 중국 사상가들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책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간 기회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서양 인문학 책에 더 관심이 가서 서양 인문학에 더 매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 빠져들면 또 쉽게 질리듯이, 서양 인문학 책이 조금씩 물릴 때쯤, 어린 시절 어린이명심보감으로만 만나봤었던 명심보감을 한정주 저의 #명심보감인문학 으로 만나게 되었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다.



성찰하는 삶, 지혜로운 삶, 실천하는 삶,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삶 등 네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명심보감에서 일부 발췌된 내용이고, 일부는 요즘 세상과는 맞지 않은 사상들을 논하고 있어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 의 #군주론 처럼, 공자를 포함한 그 수많은 사상가들도 그 시대의 유세군들이었고, 본인들의 사상전파, 입신양명이 기본 골자이다 보니, 상에서 하를 내려다보는 관점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신하의 도리, 처세, 신분에 맞는 생활, 복종, 처지를 받아들임 등이 주를 이룬다.

아이러니 한 것은 당대에 이렇게 훌륭한 사상가들이 많고, 이런 사상을 설파하던 위대한 인물들이 많았음에도 불고하고, 그 시대는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 극악무도함, 배신, 살인 등이 판을 치는 난세의 시절이었으니, 책을 읽는 내내 ‘말은 쉽고, 행은 어렵다’라는 절로 떠오름과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권모술수와 배신, 살인이 판치던 삼국지를 읽으며 느꼈던 피로감도 다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좋은 점은, 여러사례를 통해 현재에도 통하는, 유념해야 할 좋은 격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읽는 독자의 상황에 따라 또는 취향에 따라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또한, 책이 명심보감의 각 문장들이 담고 있는 사상적, 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성찰이나 교훈을 얻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점과 유명 사상가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하나,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비자의 말로.

전국시대의 마키아벨리나 다름없던 그의 말로가 예상과는 달라, 책에 나오는 처세술이 한껏 와닿았다.



- 책에서 일부 발췌-

가난하면 저잣거리에 살아도 찾는 사람이 없지만, 부유하면 깊은 산속에 살아도 사람이 찾아온다

사람의 얼굴은 알 수 있다 해도,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사랑을 받을 때는 욕됨을, 편안하게 살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은 호랑이를 잡는 일보다 어렵다

의리는 가난한 곳에서 끊어지고, 인정은 돈 있는 집으로 향한다

아무리 은밀해도 말은 숨길 수 없고, 아무리 감추어도 마음은 속일 수 없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인정으로 대하면 좋은 얼굴로 다시 만난다

다른 사람이 나를 헐뜯어도 귀먹은 척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

현명한 아버지와 형, 엄한 스승과 친구 없이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사랑하거든 쓰디쓴 매를 때리고, 미워하거든 맛있는 음식을 주어라

궁색하면 인정도 멀어진다

사람은 다가오는 앞일을 알 수 없고, 바닷물의 양은 결코 헤아릴 수 없다

지나간 일은 거울처럼 밝지만, 다가올 일은 칠흑처럼 어둡다

시기하는 친구는 현명한 친구를 쫓아내고, 시기하는 신하는 현명한 인재를 쫓아낸다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라

아무리 배워도 부족하다 생각하고, 이미 배운 것은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라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동료가 없다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면 일신이 편안하다

밑 빠진 항아리는 막아도 사람의 입은 막기 어렵다

적게 베풀면서 많이 바라지 말고, 존귀하게 된 다음에는 빈천했을 때를 잊지 말라

시작이 훌륭하다고 해서 끝까지 훌륭하기는 힘들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스스로 근심을 불러들인다

망상은 정신을 해치고 망동은 재앙을 부른다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아늑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병마개를 막듯이 입을 단속하고, 성을 지키듯이 뜻을 방비하라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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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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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예제도에 대해 지식이 깊지 않지만, 뿌리 깊은 그 슬픈 역사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 때문에 그동안 많은 ‘그 시대의 흑인’들에 대한 영화를 꽤나 보았었다. 노예 12년, 헬프, 히든 피겨스, 그린북, 컬러 피플 등을 비롯하여 관련 영화들을 꽤 보아오면서 그 후손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어쩌면 앞으로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믿을수 없는 깊고 깊은 잔인한 역사에 충격과 혼란을 자주 감당해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현재를 사는 그들의 자손들의 피에 계속 흐르는 백인에 대한 뿌리깊은 원망, 증오, 슬픔, 피해의식 등도 조금씩 이해해가는 터라, 좀더 그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으로 타네히시 코츠의 ‘워터댄스’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후, 완결까지는 꼬박 4일이 걸렸다.

보통 내가 소설을 읽는 속도는 하루 혹은 길어야 하루 반인데, 이 책은 말 그대로 꼬박 4일이 걸렸다.

책이 두꺼워서가 아니었다.

책이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나열되는 책의 스토리가 처참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처참한 이야기를 달관한 듯 무심한 목소리로 말하는 작가의 어투에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이 몰려왔다.

제 3자의 입장으로, 텍스트를 통해서 이런 역사를 경험하는 독자인 내가 이정도의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데, 그 시절의 당사자들인 그들과, 그 당사자들의 자손인 지금의 그들은 이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안고 사는지 기가막힐 뿐이었다.



주인공인 하이람은 그 시대에 흔하게 자행되었던 징글징글한 탄생 스토리인 백인주인과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노예제도를 엄격하게 지키던 남부, 노예해방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북부, 개척시대를 열어가던 서부 등 혼돈의 시대에서 노예매매도 비일비재 했기 때문에 하이람의 어머니도 어딘가로 팔려가 버린다.

혼자 남은 하이람은 한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이한 능력 덕에 보통의 노예들처럼 농장에서 노역을 하는 대신, 백인 아버지와 백인 형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수발 하인으로 저택에 입성을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백인 형과 하이람은 강에 빠지게 되고, 하이람 만이 순간 이동의 알 수 없는 능력으로 혼자 살아남는다.

그후,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흠모하던 여자와 함께 노예해방 비밀단체 회원이라는 그가 신뢰하던 남자에게 몸을 의탁하며 자유인이 되는 듯 했으나 그것은 가장 큰 오판이었음이 밝혀지고, 그때부터 하이람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최근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접한 타인들은 쉽게 말한다.

“마약쟁이가 죽었는데 왜 이 난리인지?”

“흑인 한 명 죽었다고 폭력 난동이 말이 돼?”

“맨날 인종차별 핑계로 폭동만 일으키고”

“지들도 동양인 차별 쩔던데”

“역시 흑인들은 게으르고, 원래 문화가 그렇고, 마약범, 폭력배고”

그리고는 공화당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흑인 캔디스 오웬스의 전반적인 메세지는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아픈 역사를 핑계삼아 이득을 취하려하는 흑인들”이라는 말에 흑인이 흑인을 저격한다며 열광한다.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 정말로 우리는 좀더 진지하게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폭력 시위와 범죄를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편만 보고 ‘쉬운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이렇게까지 민감해지고, 분노하게 되었는지, 한번쯤 그들의 무지막지했던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상상 이상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만약 내 할아버지, 내 부모, 내 형제의 이야기였다면?

보상도 없이 들판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쇠사슬을 차고, 채찍을 맞고, 주인의 노리갯감이 되고, 강제로 팔려 간다면?

그렇게 자신들을 긴세월 고통받게 하고 슬프게 살게 만들었던 후손들이 여전히 주류로 살아가는 땅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면?



미쳐버리지 않고 계속 살아왔던 그들이 신기할 뿐이고, 이런 고통스런 과거의 역사를 곱씹으면서 책을 써내려가야만 했을 작가의 멘탈은 괜찮은지 문득 궁금증이 인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역사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차별속에서 ‘그 백인들’의 후손과 사는 지금의 ‘하이람’들의 피에 새겨진 그들의 아픔이 조금은 묽어졌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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