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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누구의 품 넓은 책상일까. 말끔히 치워진 책상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고 국화꽃 한 묶음이 수줍은 듯 꽂혀 있다. 창 밖에는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푸른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보랏빛 나비가 그 위를 한가롭게 팔랑거린다. 이때, ‘무슨 일 있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집안을 넘어보고 있는 고라니 한 마리. 책의 첫 장조차 넘겨보지 않았는데, 난 그만 이 책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런 책상 풍경을 가진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 게다가 사는 게 참 행복하다고? 난,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저자의 아기자기한 시골생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대했는데, 이 책은 10년 넘게 해온 시골생활을 회상하면서 그 안에서 찾은 일상의 행복, 자연에서 얻은 삶의 지혜와 깨달음, 그리고 주변 이웃들의 평범하면서도 조금 남다른 삶을 두루 담고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마을 전경에서 시작해 마을 입구로, 골목 어귀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사진과 이야기에 취해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의 오랜 시골 라이프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10년간 시골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낸 저자의 글솜씨가 좋았다.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풍경과 이웃 사람들의 사연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는 예민한 감성으로 포착해 애정을 담아 써내려갔다. 자연에 대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유별나지 않고서는 그리 할 수 없으리라. 호들갑 떨지 않고 나지막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 때는 코끝이 맵기도 했고, 어느 때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특히 애지중지 키우던 애견 진진이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얘기는 후일담을 저자에게 물어보고 싶을 만큼 애틋하게 다가왔다.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저자의 소박한 시골살이와 함께,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없는 자식을 대신해 내 자식 키우듯 정성을 다해 고추 농사를 짓는 어느 노부부, 대기업 임원인 아들을 두었지만 도시야말로 사람 살 곳이 못된다며 기어코 시골 생활을 고집하는 할머니, 매번 아내가 도망가서 다섯 번이나 장가를 가야했던 어느 노총각,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게 된 마을 통장 등, 조금은 외롭고, 쓸쓸해 보였던 그들의 인생에서, 나는 삶의 진실을 보았다.
시골살이라고 어찌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도시와 그 모습은 다르겠지만 그곳에도 삶의 현실은 존재할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저자가 제목에서 얘기하는 ‘행복하다’라는 말은, 반드시 좋아서 좋은, 어느 한 순간 또는 어느 한 시절의 얘기가 아니라, 슬프고 기쁜 우리 삶의 전체를 관조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삶이 그에게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일 테다. 사는 동안 어디에 있든 결국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함과 가치를, 이 책으로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