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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함성독서모임을 통해 다산북스에서 제공하는 책을 신청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책 표지가 예쁜 소설책이라 냉큼 신청을 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얼른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하쿠다’는 제주방언으로 ‘할 것입니다’ 의 뜻이라고 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will do’.
등장 인물 제비. 제주 한 달 살이 후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핸드폰이 바닷물에
빠지면서 제주에서의 삶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진관 사장 석영.
뭔가 달달한 로맨스가 시작되나 했는데..ㅎㅎ
예상과는 다르게 사진관을 찾은 사람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제주도 해녀의 삶을
들려주었다.
연제비.. 연씨가 흔한 성은 아닌데 내 성과 같아서일까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왜 연+제비 라고 했을까?
‘흥부 놀부전’에 나오는 제비. 강남 갔다가 박씨를 물어다준 그 제비처럼
제비가 사진관에 오고부터 사진관이 활기를 뛰기 시작한다.
그래서 제비라고 했나? 그리고 흥부 놀부가 연씨라서 같은 맥락에서 연씨라고
지은게 아닐까는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제비가 왜 이 사진관과 인연이 이어졌는지는 석영의 아픈 추억과 이어진다.
어릴적 제주도에 살면서 세 살 된 동생 제비가 바닷가에서 죽은 이야기.
석영은 제비의 이름을 듣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혹 죽은 동생이 다시 살아온것은 아닌가 하고 느끼진 않았을까?
그래서 제비를 처음 만났을 때 동생에게 말을 하듯 '제비야'라고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소설 속에서 '구멍'을 발견했다.
그 구멍에 대해 작가는 스테판 거츠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 265 쪽 -
자신의 소원을 품고 물꾸럭 석상의 입에 손을 넣는 제비,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해서 그녀는 못하는 수영을 배워 물속으로 들어간다.
맨손으로 문어를 잡았다고 과시하고픈 남자는 물꾸럭(문어)이 알을 잔뜩
품고있던 구멍에 손을 넣은다.
또 퇴직한 경찰은 석영의 사진관 담벼락에 난 구멍을 매만지고,
존경하는 선생님의 영향으로 지질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에서,
석영이 양희에게 다가가는 것을 괸당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어쩌면 작가는 각자의 삶에서 구멍난 자리를 메꾸려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1년에 딱 3일만 사춘기 소녀로 사는 거예요.
사투리는 그때 우리의 언어였으니까.
- 87 쪽 -
여고 동창생들의 끈끈한 우정 이야기에 나는 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잊혀진 친구들과 그때의 시간이 그리워졌다.
사실 나는 무엇에도 최선을 다 한 적 없어요.
물론 성실하게야 하죠. 그건 자신해요.
하지만 그뿐이랄까?
남들은 내가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입사하니까
대단하다고들 하데요.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한 일은 아니에요.
목표한 일일 뿐이지.
- 136 쪽 -
이 문구를 만났을 때 나의 모습을 대변하는 말 같았다.
왜? 무엇때문에?가 빠진 막연한 목표 의식으로 늘 계획하고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지만 과연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모든 해녀는 스스로 숨 참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후 세계처럼 어둡고 찬 바다로
매일 들어갈 용기를 내야만 하고.
- 193 쪽 -
우리의 삶도 해녀와 같이 매일의 삶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내야만 하는 것 같다.
스스로 숨을 찹는 법을 익혀나가면서.
이렇게 확대된 얼굴을 보기는 처음이야.
이거 마치, 인생의 지도를 확대해 둔 것 같네.
- 210 쪽 -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주장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개인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고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된다.
퇴직 경찰관의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어떤 페르소나로 살고 있고, 내 얼굴은 어떤 지도를 그리게 될지 생각해 본다.
너한테 뭐가 부족한지, 그거는 네가 알지.
누구나 그렇잫아. 다른 사람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너는. ... 지금 살아 있지?
그건 참 대단한 일이야. 나는 네가 숨 쉬는 것도 장하다.
- 300 쪽 -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의 마음과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마음이
참 많이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