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사이드 - 감옥 안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철학 수업
앤디 웨스트 지음, 박설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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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철학책을 여럿 읽어봤지만, 이 책은 특별한 지점이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 아니라,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담겨있다는 것.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철학적 질문들은 다소 색다르게 느껴진다. 제한된 자유만이 허용된 수감자들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무기징역수들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해자들에게 용서란 무엇일지. 내가 생각하는 시각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하는 답이 궁금해지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그리고 재밌었던 건, 어크로스에서 운영한 온라인 토론모임.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재소자로, 이야기를 주도하며 질문들을 던지는 철학 교사와, 운영을 돕는 교도관을 포함하여 ‘아주 특별한 철학 감옥’ 컨셉의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진행했다. 5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질문(책에 언급된 진실은 항상 옳은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함께 나눴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영향을 크게 받는 일이라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다)도 여럿 있었고, 약간은 다른 관점(진실이 당사자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라면 숨기는 것도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한 게 아니더라도, 같이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자체가 재밌었고, 컨셉 잡고 토론 톡방, 기획 잘했다 싶었다. 


 * abc 서포터즈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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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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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실존 철학을 바탕으로 니체나 아렌트, 라캉 등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언급하며 가치 있는 삶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주된 메시지는, 자신의 내면에서 불안과 함께 떠오르는 기질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삶이 무엇인지 묻는 답이 없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직면해보는 흥미로움을 즐겨라. 세상이 너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불행의 모습으로 다가와 너를 나약하게 만들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여 작용하고 변화해 살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 마음 속 부름에 응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라. 


 내용이 어렵지는 않으나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읽었다. 하나의 주장을 하는데 여러 문장들을 모아 의미를 전달하는 게, 독자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오해하지 않도록 풀어 설명한 듯했다. 주장을 풀어나가면서 미처 아직 설명되지 않은 빈 틈은 그 다음 문장, 다음 문단을 충분히 할애하여 꽉꽉 메웠다. 행복한 삶을 위한 기질의 부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에 응답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설명했다. 앉은 자리에서 완독할 수 없어 끊어 읽다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요약을 기록해가며 읽었다. 어쩔 수 없이 번역투에 한자어가 많은 건 조금 아쉬운 부분. 그래도 기록해 둔 문장도 많고,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 3장에서 열망의 상실에 대한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하는데, 똑같이 딱딱한 말투 담담한 어조로 쓰여있는 글인데도 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상실의 아픔이 무척 괴로울 수 있다고, 치명적인 각인을 남겨 그게 우리와 분리될 수 없이 언제나 향수와 흔적을 간직하고 있을거라 공감해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결핍은 결국 우리가 가치 있는 것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게 해줄 거라 다독여주는듯. 완전한 행복과 완벽한 조화의 환상을 결코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실현할 수 없는 환상이 우리 인간이 지닌 원대함의 근원이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실존적인 임무는 기질을 감옥에서 풀어줄 수 있도록 자기만의 진리를 밝히는 것이다. - P33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 삶이 의미가 없거나, 빛나지 않거나, 이 세상에서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삶의 의미, 빛,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때때로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의 사명을 누군가가 집 앞까지 가져다주기를 기대하면 안 되고, 자아와 세상이 만나는 곳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사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 P48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것이 결국 우리를 지혜롭게 만든다면, 인생이란 여행길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의 목을 조이는 실패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구성하게 하는 중요한 돌파구로도 이어진다. - P56

자아를 형성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는 다양한 제약 중에서 우리가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기존의 자신만큼 강력한 제약은 없을 것이다. - P67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만큼 솔깃한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기질의 부름에 진정으로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흐름에 맞서는 것뿐일 때가 있다. - P75

우리는 자아와 타인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타인을 우리 욕망과 동일시할 때 실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해도, 타인은 결코 우리를 실존적 불안에서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으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도, 마법처럼 고통을 가시게 하거나 어떤 최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할 수도 없다. 타인이 자아실현의 순간이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있겠으나, 우리를 구원해줄 수는 없다. - P100

불안은 에너지의 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불안을 적으로 만들지만, 불안이 항상 우리의 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불안은 종종 우리가 바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바람을 바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기시켜 준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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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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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같은 내면아이를 찾아 무의식에 쌓인 상처와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작가는 성인 자아 루나와 내면 자아 조이의 대화 형식의 에세이와 어린 왕자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에게 오랜 기간 현실에 치여 점점 숨길 수밖에 없었던 순수한 아이와 같은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공동체 사회생활과 주변 인간관계에 맞춰, 본인의 진짜 마음 속 이야기를 숨기고 남들의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던 적은 없었는지, 다른 이에게 상처를 받았던 적은 없었는지, 때때로 두렵고 외로울 때는 없었는지 묻는다. 10가지 소주제별로 나뉜 대화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묻어두었던 기억 속 경험들이 떠올라 한참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

살다보면 가끔 어른도 어른이 아닐 때가 있다.
연약해지는 순간들을 스스로 엄격히 다그치고 무시하기보단,
한 번 쯤 여리고 어린 아이 다루듯 달래줄 필요가 있나보다.

레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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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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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어른도 어른이 아닐 때가 있다.
연약해지는 순간들을 스스로 엄격히 다그치고 무시하기보단,
한 번 쯤 여리고 어린 아이 다루듯 달래줄 필요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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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 예술과 철학의 질문들
백민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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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의미와 철학적 성찰을 돕는 책. 가끔 삶과 실존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 예술은 훌륭한 질문자가 되어준다. 그래서 한동안 안보다가도 자꾸 찾고 싶어지나봐.

예술에는 어려운 질문 투성이다. 이것도 예술인가? 예술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건 더 어렵다. 예술로 해석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는 어디쯤인지? 예술이 감상자에게 너라면 어떻게 할래 분명하게 질문을 던지는데 막상 쉽게 대답이 떨어지지 않는 거라면 양심 어딘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그래서 예술은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감상이 충분히 머릿속 마음속을 떠돌아다니면서 무언가 자신이 만든 흔적을 남기고 그걸 어디론가 뱉어낼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게 좋은 것 같다. 예술이 마음에 와닿아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저 기억을 스쳐지나가는 티비 화면을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겠나. 빨리빨리 해야하는 것들에 치여 무언가 하나를 오래 생각할 시간을 갖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해야하는 건 인풋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곱씹는 과정이 아닐까.

아니나다를까 책의 마지막 챕터에 같이 남겨두고 싶은 말들이 있다. 마음 같아선 다 적어두고 싶지만.. 꼭 읽어보시란 추천을 남기며. (백민석 작가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소설이나 다른 작품도 꼭 찾아봐야겠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은 작품을 소비하면서 작품의 의미까지 사유하게 하며, 사유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를 윤리적 판단에 이르게 한다. (중략) 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이다. p.17-18

관람객이 어떤 작품을 보며 느끼는 깊이는 작품의 깊이가 아니라, 많은 경우 그 작품이 촉발한 관람객의 사유의 깊이다. p.243

우리는 추상회화를 읽어낼 수 없다. 우리는 그 대신 자신을,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언어를 읽어내고 사유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을 즐긴다. 예술이 촉발하는 사유의 고통은, 그 예술의 이해되지 않는 아름다움처럼 때때로 충분히 즐길 만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무해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p.247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는데 정말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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