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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전반적으로 실존 철학을 바탕으로 니체나 아렌트, 라캉 등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언급하며 가치 있는 삶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주된 메시지는, 자신의 내면에서 불안과 함께 떠오르는 기질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삶이 무엇인지 묻는 답이 없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직면해보는 흥미로움을 즐겨라. 세상이 너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불행의 모습으로 다가와 너를 나약하게 만들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여 작용하고 변화해 살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 마음 속 부름에 응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라.
내용이 어렵지는 않으나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읽었다. 하나의 주장을 하는데 여러 문장들을 모아 의미를 전달하는 게, 독자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오해하지 않도록 풀어 설명한 듯했다. 주장을 풀어나가면서 미처 아직 설명되지 않은 빈 틈은 그 다음 문장, 다음 문단을 충분히 할애하여 꽉꽉 메웠다. 행복한 삶을 위한 기질의 부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에 응답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설명했다. 앉은 자리에서 완독할 수 없어 끊어 읽다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요약을 기록해가며 읽었다. 어쩔 수 없이 번역투에 한자어가 많은 건 조금 아쉬운 부분. 그래도 기록해 둔 문장도 많고,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 3장에서 열망의 상실에 대한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하는데, 똑같이 딱딱한 말투 담담한 어조로 쓰여있는 글인데도 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상실의 아픔이 무척 괴로울 수 있다고, 치명적인 각인을 남겨 그게 우리와 분리될 수 없이 언제나 향수와 흔적을 간직하고 있을거라 공감해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결핍은 결국 우리가 가치 있는 것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게 해줄 거라 다독여주는듯. 완전한 행복과 완벽한 조화의 환상을 결코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실현할 수 없는 환상이 우리 인간이 지닌 원대함의 근원이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페이지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실존적인 임무는 기질을 감옥에서 풀어줄 수 있도록 자기만의 진리를 밝히는 것이다. - P33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 삶이 의미가 없거나, 빛나지 않거나, 이 세상에서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삶의 의미, 빛,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때때로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의 사명을 누군가가 집 앞까지 가져다주기를 기대하면 안 되고, 자아와 세상이 만나는 곳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사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 P48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것이 결국 우리를 지혜롭게 만든다면, 인생이란 여행길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의 목을 조이는 실패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구성하게 하는 중요한 돌파구로도 이어진다. - P56
자아를 형성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는 다양한 제약 중에서 우리가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기존의 자신만큼 강력한 제약은 없을 것이다. - P67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만큼 솔깃한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기질의 부름에 진정으로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흐름에 맞서는 것뿐일 때가 있다. - P75
우리는 자아와 타인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타인을 우리 욕망과 동일시할 때 실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해도, 타인은 결코 우리를 실존적 불안에서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으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도, 마법처럼 고통을 가시게 하거나 어떤 최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할 수도 없다. 타인이 자아실현의 순간이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있겠으나, 우리를 구원해줄 수는 없다. - P100
불안은 에너지의 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불안을 적으로 만들지만, 불안이 항상 우리의 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불안은 종종 우리가 바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바람을 바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기시켜 준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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