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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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1990년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6남매 중 4형제 이켄나, 보자, 오벰베와 막내 벤저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형제가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품 아래 평온하게 지내오다 아버지가 먼 곳으로 발령을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맏형인 이켄나와 형제들이 벌이는 몇 가지 좌충우돌 사건들로 가족 간의 관계는 점점 균열이 생긴다. 갈등의 시작점에서는 으레 그 나이대 사춘기 마음이 그렇듯 이켄나가 자기 속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부모님, 유치하고 어리게 느껴지는 동생들과 거리를 두고 반항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 사건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소설은 큰 틀에서는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서술자 벤의 기억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설명되는 액자식 구성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설명되는 건 순수한 시선에 비해 끔찍한 사건이 더 대비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건 소설 전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비유가 많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문화가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인간 삶을 야생에 빗대어 사건과 인물 설명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정말 내가 그 장면을 벤이 되어 보고있는 듯 자세했다. 

- 아래는 스포 있어요! -

미친 사람으로 취급되면서도 마을에서 예언가로 생각되는 아불루가 이켄나는 어부-낚시를 하며 놀던 형제들이 자신들을 어부라 칭했었다-에 의해 죽게 된다는 예언을 하게 되고, 이 말을 들은 이켄나는 두려운 감정에 휩쓸려 형제들(특히 보자)과 멀어지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예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겪게 된다. 아이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마음들과 어긋나는 갈등,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낸다. (긴 페이지동안 인물들이 망가져가는 걸 보는 건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

마음에 붓으로 진한 무늬를 긋는 책이다.

* 서포터즈로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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