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담은 집 - 서현 작은 집의 건축학개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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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짧은 문장들로 술술 읽히고, 작가 특유의 어투가 글에 묻어나는 듯한 책이다. 나름 그의 에피소드를 디테일하게 따라가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나름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더 풍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듯하여. 하지만 그렇다고 꼭 지식이 있어야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그런 지식들보다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였으니까. 진행 과정에 사진들이 함께 들어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작가의 생각들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도 많아 좋았다. 예를 들면 '추'라고 발음하는 게 어쩜 그리 계절과 잘 맞는지, "마르고 바삭한 느낌이 입술 앞으로 부서져 나부끼는 발음"이라고 하는 것. 참 좋은 표현이었다.

 

또 "상상력만으로 이루고 바꿀 수 있는 세상은 많지 않다. 실천의 세계는 이보다 훨씬 혹독한 검증을 요구한다." 라는 문장이 와닿았는데, 이런 집을 짓고 싶다고 가져온 풍경화라거나, 벽을 두께 없이 그냥 선으로만 그려놓은 도면으로는 절대 건축을 할 수 없다는 것. 이 또한 건축뿐만 아니라, 무언가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생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건, 그게 글이든 그림이든 건축이든 무엇이든 전체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일인 거다.

 

사실 건축은 내게 생소한 분야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에도 큰 관심을 쏟아 꾸며본 적이 없다보니, 건축은 더더욱 내가 접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집에 대한 건축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잊을만할 때 또 읽고 싶은 책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지 세세하게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아, 그리고 오느른 이라는 mbc PD님이 저기 김제 시골에서 폐가를 사다가 집을 뜯어고치고 사는 힐링(?) 브이로그를 구독중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보면서 나도 내 저렇게 내 집을 갖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버킷리스트에 하나 또 추가인 것일까?

 

오느른 채널도, 이 책도 집을 짓는 과정과 함께 들어있는 집주인의 스토리는 그 건물과 집에 대한 생명력을 부여해준다. 또 그 집을 건축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진다. 어떤 집을 어떤 니즈에 따라 만들었다-가 끝이 아니라, 이런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어떤 집을 원하고, 완성된 집에서 잘 지내는 소식까지도 함께 담겨있다. 이 책을 덮으며, 다른 건축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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