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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ㅣ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평점 :
열차가 출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이 에세이는 시간 순으로 저자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디테일한 상황 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문장들은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하고 독자가 저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 생각을 읽게 하는 좋은 매개 역할을 한다. 여행 동안의 경험과 연결되어 설명되는 저자의 옛 기억과 생각들을 읽는 재미가 있다.
에세이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살펴 볼 수 있는데,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 각각의 에세이는 각각의 매력이 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 하는 독자로서 다 다른 경험을 한 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더 풍부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좋다.
책에서 좋았던 문장 몇 개를 꼽아보자면,
- 유달리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가 촘촘한 흔적에서는 누군가의 고된 하루가 느껴진다.
- 이 뜨거운 아지랑이를 참고 버텨낼 수 있다면, 전혀 상상치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세계가 도래할 것이었다. 그것은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그 겨울, 나는 입가에 온통 아카시아가 만개한 숲을 키웠다.
- 내가 지금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머나먼 옛날의 나를 지켜주었던 사람들, 내가 서투른 존재였을 때 나를 밝혀주었던 태양 같던 사람들, 우리의 머리맡엔 오래 전부터 그 거대한 빛이 있었기에 길을 잃지 않고, 헤메지 않고, 이만큼의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겠지.
여행은 나를 발견하러 떠나는 거라는 말이 있다. 진짜, 새로운 장소건 새로운 환경이건 변화가 생기면 나도 그에 따라 적응하며 변화하게 된다. 예전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나는 새로운 도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소속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에 있다. 이게 혼자만의 긴 여행의 시작이 될 거라, 호흡을 가다듬고 내 중심을 지키며 나아가려 한다. 설렘, 불안함, 그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떠있지만 결국엔 그게 다 나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