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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빌리엔 & 오르바르 뢰프그렌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과연 무엇이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가?
서구사회의 발전과 함께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우리안에 자연스럽게 보편화/정착화된, 비사건에 대한 인식은 생산성이 없는 시간은 곧 쓸모없는 시간으로 비추어지기 일쑤이다.최대의 효율성,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 멀티태스킹 능력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진정한 능력으로 보여진다. 이런 인식들이 대중들에 널리퍼지고, 미디어와 예술작품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 되면 우리는 이것들을 문화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속에서는 다시 이런 능력들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간의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는 경우들도 생긴다. 권력을 가진 사람 기다림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계급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복권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공상속에 빠질 수 있다.
무위(無爲), 비사건의 대표적인 예로서 <기다림>, <일상의 습관>, <공상>을 꼽은 두 작가는,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보잘것 없어보이는 순간들에 대한 생각해볼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들을 사랑스러우리만치 많이 알려준다. 돈을 많이 빨리 버는 법, 혹은 힐링만이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책들이 쏟아지는 현재에 곱씹어볼만한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라 하겠다.
두 작가의 서술을 따라가면 우리가 이제껏 인식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거리들이 감당할수 없을 만큼 쏟아진다. <기다림>의 순간은 과연 나쁘고 못난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기다림을 지루해하며 견디기 힘들어하고, 어떤문화권의 사람들은 기다림의 순간이 오히려 주위를 둘러볼 수 있어서 즐거워한다. 줄을 서는 일에 대해서, 일을 처리하는 시간개념에 대해서도 경직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훨씬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문화가 보편화된 사람들도 있다. 누가 누구를 기다리는 가에 따른 계급구분, 마침내 끝난 기다림의 시간 이후에 찾아오는 허탈함은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생각이 필요없는 행동에서 생각이 필요한 행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아침습관은 어떠한가, 서로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안에서 살아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공상은 위험하고 가치없는 것인가…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선도해온, 효율성만을 최고로 추구해온 서구사회에 대한 성토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작가의 연구와 서술은 훨씬더 사랑스럽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인지하는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처럼 <사건>의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비사건>의 중요성이 역설됨을 이야기한다. <기다림>, <일상의 습관>, <공상>의 순간은 눈에 띄지않고 미묘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시간과 위치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생각들과 의사소통의 방법들도 찾을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읽고 꼭 확인하시라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