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으로 나서는 믿음 - 위험, 모험 & 용기의 신학 끌어안기
마이클 프로스트.앨런 허쉬 지음, 김선일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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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떠나자!

 

   2009년 가을로 기억된다유학생 시절한국교회의 어른이자 역사이신 故 방지일 목사님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후배 목사들을 위한 강의를 하시기 위해 직접 방문해주셨다. 100세의 연로한 연세의 목사님을 지켜보는 것은 긴장 그 자체였다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셨고주위의 사람들을 의지해 겨우 등단하셨다지켜보는 학생들도 행여 넘어지시지 않을까라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쪽 팔을 의지한 체쇄한 기력이 역역해 보이는 목사님께서는 힘겹게 입술을 열고 강의를 시작하셨다.

 

   대반전이었다힘겨운 등장과 불안한 등단쓰러질 것 같은 목사님의 왜소한 외모와는 달리 강의는 힘이 있었다발음은 분명했고 이야기의 톤은 생기가 있었다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뒷자리까지 들릴 만큼 목소리에는 묵직한 힘이 있었다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주의 말씀은 영원할 것이란 이사야의 말씀처럼노쇠한 목사님의 육신에서는 영원한 주님의 말씀이 힘 있게 선포되고 있었다육신의 위험을 넘어선 도전이었고모험을 감행한 믿음이었다그렇게 목사님은 "녹슬어 없어지느니 닳아지겠다."라는 자신의 목회철학과 인생가치를 삶으로 직접 녹여내셨고짧았던 그분과의 만남은 강렬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故 방지일 목사님과의 만남이 주었던 강렬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책을 만났다제목이 심상치 않다. "모험으로 나서는 믿음." 세계적인 선교학자인 마이클 프로스트와 앨런 허쉬가 공저를 했다신학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모험"이란 주제를 다룬다성경에 기록된 아브라함과 돌킨의 "반지의 제왕"을 이야기로 엮어 모험의 성경적신학적 의미를 논의한다구성과 편집이 파격적이다디즈니의 인어공주에 나오는 세바스찬의 대사부터 20세기 선교신학자인 레슬리 뉴비긴에 이르기까지다양한 이야기와 서적을 오가며 모험으로 나서는 "참으로 실전적인 행동인 믿음"(20)에 대해 도전한다.

 

   '모험으로 나서는 믿음'은 구원을 통해 믿음의 도약을 경험한 신자가 "그분께서 펼쳐나가시는 통치에 따르고자 기꺼이 모험으로 나서는"(22) 것이다모험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다그 이면에는 불안과 염려두려움이라는 경계적 상황이 존재한다하지만이런 경계적 상황은 우리 안에 "거룩한 절박감"(63)을 만들며 주어진 삶에 더 집중하게 한다삶에 대한 집중은 삶에 대한 애착과 함께 존재의미를 발견케 한다모험을 통해 신자는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하나님의 우주적 사업에 우리 자신이 동역자로 참여한다는 사실을깨닫게 된다.(22)

 

   위험을 감수하며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신자의 삶은 개인의 성숙 단계에 만족하지 않는다그들은 "더 나은 세상의 전망으로부터 감명을 받고 그 전망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만 일어나는 '연대감'(81)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만든다이렇게"모험적 사명과 경계적 제자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81)를 저자는 '코뮤니타스'라 이름 붙인다여기 코뮤니타스에 교회의 본질 회복에 관한 열쇠가 있다거룩한 절박감을 통해 강한 연대감을 형성한 코뮤니스타는 "거룩하게 웅크리고 있던 것에서 하나님의 세계를 향한 대담한 모험"(82)을 떠나게 된다떠날 때에 회복이 있고떠날 때에 부흥이 있다혼자가 아닌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모험을 단행하지 않았기 때문에영적야성을 키울 수 있는 광야에 나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는 힘을 잃었다이 땅에 소망을 갖지 말고 하늘 소망을 두라고 가르치고 설교했던 교회는 언행일치에 실패했다오히려땅에 소망을 두고땅에 관심을 갖고땅에 투자했다오래전 칼빈이 힐라리우스 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했던 경고를 잊어버렸다. "벽을 사랑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질 벽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고초라한 옹벽을 짓고 그 안에 안주했다믿음의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과감히 모험에 뛰어들길 그 분은 원하셨지만 우리는 그 무엇도 드리지 않았다.

 

   힐라리우스 주교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내 상각에오히려삼림호수감옥그리고 골짜기가 더 안전합니다왜냐하면 선지자들은 이런 곳에 추방되어 살면서도 예언했기 때문입니다." 삶의 안주가 아닌 광야의 불안을 택했을 때믿음의 영웅들의 삶은 강력했다머리 둘곳 없이 아무런 소유가 없었지만 그들은 부유다내일 먹을 양식이 없었지만 그들은 풍족했다때문에평양대부흥을 기점으로 한 세기 동안 한국 땅을 강타한 강력한 부흥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신 故 방지일 목사님 또한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광야로 내몰았으리라.

 

   그레그 보이드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께 드리겠다는 최초의 서약을 한다그러나 우리가 바치기로 서약한 실제의 삶은최초의 서약을 한 이후로 매 순간마다 살게 되는 삶이다." 삶을 드린다는 것은 지금의 안정과 평안을 포기하고불안한 요소와 위험이 난무하는 모험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것은 날마다 죽는 삶이다하나님 나라와 유익을 위하여 계속해서 자신의 유익을 포기하는 삶이다."(219)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다내려놓고 떠나는 것이다그렇게 떠날 때 공동체 초점은 그 분의 뜻을 헤아리며공동체의 방향은 그 분의 뜻에 순종하게 된다.

 

   열심히 일한 우리이제는 떠날 때이다준비되었는가모험으로 나서는 믿음이 있는가성도여 떠나자교회여 떠나자불안한 벽을 허물고 위험을 발판삼아 당당하게 모험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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