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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반올림 49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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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책 표지그림이 어둡다. 야간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그림. 표지만 보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비유와 상징, 뛰어난 문장력에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단숨에 읽어버린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였고, 성장해가는 청소년의 아픈 목소리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는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매일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지혁이는 특별히 더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책을 읽는내내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 아픔에 동참해 함께 길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지혁이와 함께 야간버스를 타게 된 병기, 떠돌이 아저씨.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푹 빠져 읽다보면 가슴 한쪽이 아련해진다. 병기, 아저씨는 지혁을 위험해 빠뜨린 존재였고 경계의 대상이었지만 이상하게 미워할 수 없었다. 병기는 지혁이의 또 다른 자아로 느껴지고 아저씨는 도망간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존재처럼 보였다.

 

지혁아버지는 거액의 빚을 지고 미국으로 도망가버렸고 엄마는 채무자들에게 시달렸다. 형은 채무자들에게 맞고 수학여행지에서 죽음으로 발견되었다. 엄마와 단둘이 남은 지혁이는 엄마가 도망갈까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병기와 그 무리들이 지혁이를 괴롭히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지혁이는 버터플라이를 지니게 되었다.

 

칼은 이중성이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되고 타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 지혁이는 삥을 뜯는 병기와 똘마니를 칼로 공격하고 야간버스를 타고 도망을 간다. 현실적 이유지만 알고보면 지혁이는 아버지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가족을 버리고 미국에서 10년넘게 살다가 갑자기 돌아오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온갖 수모를 당하고 24시간 해장국에서 일을 했다. 지혁이는 알바를 하느라 엄마와 마주칠 시간이 20분밖에 안 되었다. 또 자신이 믿고 따르던 형마저 죽고....지혁은 살고 싶어서 칼을 샀고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서 칼을 지녔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온다니...지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상처가 깊으면 용서또한 쉽지 않다. 지혁이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하지만 아버지는 비행기를 타고 지혁의 삶속으로 불쑥 들어오려고 한다. 떠날 때도 마음대로 떠났고 올때도 마음대로 오는 아버지. 지혁이는 이제 일곱살 유치원생이 아니다. 몸이 자랐고  생각이 자랐는데 아버지가 떠났던 유치원 때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땅끝으로 자신을 몰아부치며 아버지를 거부하였다.

 

아린은 겨울 눈이다. 봄이 오면 겨울 눈을 뚫고 나오는  어린 싹. 지혁이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세상과 화해할 수 없었고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혁에게는 기댈 수  있는 친구 형주가 있었고, 우연히 만난 떠돌이 아저씨가 있었다. 이들의 따뜻한 기운 덕분에 지혁이는 겨울을 견디고 아버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지혁이처럼 겨울을 견디고 있을 수많은 청소년들 곁에 형주, 아저씨 같은 따뜻한 기운이 함께하길 바랐다.

 

상징과 비유, 은유, 심리묘사가 뛰어난 이 작품은 아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있다.

또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정감이 있고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나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에 철학적이며 시적 문장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지금도 각자 처한 문제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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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반올림 49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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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이의 처지에 공감하며 응원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도망가고 엄마까지 도망갈까 불안해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아팠다. 지혁이는 자신만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며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수많은 이 시대의 지혁에게 응원을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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