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과 함께하는 영어
조이스 박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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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lease call me Anne spelled with an E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책으로도 읽고 또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와서 재미있게 봤던 빨강머리 앤.

사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도 영어공부를 하면 좋겠다!라고 영어 자막을 띄워놓고 보긴 했지만 어린 앤의 풍부한 표현력은 그 말하는 속도도 엄청 빠르고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도 많아서 자막 한번 읽을라 치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 책 <빨강 머리 앤과 함께하는 영어>는 추억의 고전 <빨강 머리 앤>을 읽으면서 영어공부까지 하고 싶은 나같은 덕후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아무래도 고전이다보니 옛스러운 표현의 영어도 많은데 지은이가 현대식 표현으로 해석해주기도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시도 적절하게 들어주기때문에 영어공부도 톡톡히 된다.

'I'm afraid'는 많은 구어체 문장에서 '두렵다'는 의미로 쓰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전달 동사의 의미로 쓰인다. 부정적인 내용을 상대에게 말하며 '어쩌죠'하는 정도의 'small talk' 역할을 한다. "그 사람과 지금 통화가 안 돼요."라고 '사실'만 전달하는 문장에 양념을 치고 싶은 때 "I'm afraid he's not abailable now."(어쩌죠, 그 사람은 지금 통화 못하는데요)라고 표현하면 'I'm afraid'가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Marilla was every day of fifty before the sting had gone out of that memory

기억에서 그 가시가 빠지는 데에 꼬박 50년이 걸렸다.

어린시절 '아기공룡 둘리'를 보며 둘리에게 감정이입을 했다면 커서는 고길동의 마음이 더 잘 이해가 된다고 하던데 <빨강 머리 앤>을 다시 읽은 내 마음이 딱 그런 것 같다. 어쩐지 차갑고 무뚝뚝한 마릴라와 조용조용한 매튜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모든 상황들이 이해가 된다.

One can't stay very long in such an interesting world

이렇게 흥미로운 세상에서 너무 오래 슬퍼할 순 없잖아요.

A good cry, indulged in the grateful solitude of the east gable, had soothed her nerves and restored her to her wonted cheerfulness.

동쪽 지붕 방의 감사한 고독에 젖어 실컷 울고 난 뒤 곤두섰던 신경이 진정된 앤은 원래의 명랑함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good'은 '좋은' 혹은 '착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충분한'이란 뜻이다. 'have a good laugh'는 '한바탕 웃다', 'make good money'가 '돈을 꽤 벌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a good cry'에 쓰인 'good'의 용법이 이 표현들과 같다.

<빨강 머리 앤>은 앤의 성장기이면서 동시에 어른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앤은 마치 먹고 살기 바빠 감성적일 시간이 없이 삭막한 어른들의 흑백 삶에 색색의 색깔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벚꽃이 피는 계절 초록지붕 집으로 찾아온 앤처럼 매일을 모험하듯이 소중함과 두근거림으로 살아간 앤의 삶의 태도를 본받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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