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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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품고 회사를 다니는 현대인들이라지만 제목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씁쓸하게도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상황이고 저자가 겪은 블랙 컴퍼니뿐만 아니라 현실엔 더 심한곳도 많다. 소설이길 바라며 읽었지만 현실이라는게 참 안타깝다.



외국계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일했지만 업무 실적에 대한 압박과 그동안 내 삶이 없이 일을 위해 달려온 글쓴이는 퇴사를 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1년여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경력직으로 한 회사의 팀장자리로 들어가게됐는데 그 회사가 바로 이 이야기의 중심지인 블랙컴퍼니이다. 그리고 이 60일은 잘 다니다가 두달 뒤에 그만둔다는 느낌이아니라 입사한 그날부터 카운팅한 60일이다.



"팀장님, 이 회사에 왜 오셨어요?"

이런 질문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어떻게' 오게 됐는냐가 아닌 '어쩌다' 오게 됐느냐. p.37



면접까지만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사장이 완전 또라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사장의 별명은 방사능. 정말 1급 발암물질이다. 글쓴이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이미 이 회사를, 그 사장을 포기했다. 나같아도 포기했을 것 같다. 이런 회사는 빠른 손절이 답이다.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나야지 하고 바로 나왔을 것이다. 사람 쉽게 안바뀐다. 열살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미 찌들대로 찌든 기성세대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바꾸는것? 불가능이다.

'관리', '통제'라는 단어는 몹시 유혹적인 단어였다. 이익을 창출하는 데 그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법이 있을가. 하지만 내 마음이 그 단어를 거부했다. 내가 팀의 일개 일원이었을 때 그 말과 행동에 얼마나 거부감을 느꼈던가. 나는 그런 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올챙이 적 잊은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팀원의 말에 귀를 열고, 몸을 기울이는 팀장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화려한 경영 기술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p.96




#사람도 돈, 복지도 돈





많은 회사가 직원들이 회사에 받치는 '의무'만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권리'는 가능한 보장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의무와 권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길 원한다. 그것은 노동자와 노동력을 구입한 고용자의 합의점일 테다. 그런 면에서 "먼저 의무를 다할 것, 그러고 나서 너희들의 권리를 보장할지 어떨지 생각해 보겠다."는 사장의 마인드는 그야말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p.108



나는 글쓴이가 엄청 젊은 사람인줄 알았다. 외국계 기업을 오래 다녀서 그런가 생각하는게 뭐랄까... 요즘 사람같다는 느낌? 기성세대에 대한 나의 편견일지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지위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쓴이에게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셈을 해보니 외국계 기업 경력이 12년에 남자면 군대를 다녀왔을테고 작가 소개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직만 5번을 했다고 쓰여있는걸 보니.... 내 생각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아... 진심으로 이런 선임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면 뭘 시켜도 "옛썰!"하고 뛰어들것같다.(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애초에 상식밖의 일을 시킬 사람이 아니다)




"팀원이 힘든 거 다 들어주고 도와주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왜 그런 줄 알아? 직원이 행복하면 회사가 망하는 법이거든!"

맙소사! 직원이 행복하면 회사가 망한다니... 직원 없이는 회사도 없다. 직원이야 다시 뽑으면 된다는 사고로 얼마나 건강한 회사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까. 그렇게 채용과 단기 퇴사를 반복하면 회사의 질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팀장들 수준은 어느 정도 회사의 수준에 걸맞되 팀원들 수준은 한참 못 미치는 것 같다고 했던가. 그 이유야 뻔하다. 똘똘한 직원들은 지쳐서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겨우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아까워서 교육비 한 푼도 안 쓰는데 회사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들이 얼마나 남아 있겠는가. 사람을 뽑아서 끌어올리는 게 회사가 가장 먼저 할 일인데 말이다. p.187

이 책은 정말 본인들이 '가족같은'분위기를 자랑하는 회사라고 우기는 기업에 필독서로 지정했으면 좋겠다.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것이고 사장이나 임원들은 엄청 뜨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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