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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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펴자마자 느낀점은.... 폰트가 굴림체인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책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은 가독성을 위해 자간이 좁은 명조체를 많이 쓰는데

첫장을 펴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구수한(?) 폰트에 사실 살짝 당황했다

이 책은 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으로 한 형사가 살인사건을 담당하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겉에서 보면 그런 이야기가 하나 있고,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피해자의 과거가 하나 둘씩 밝혀지는데

그러면서 피해자가 쓴 노트의 종교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진다

겉의 큰 이야기가 바로 굴림체로 쓰여져있고 안의 종교이야기가 명조체로 쓰여져있어서

이야기의 구분이 뚜렸했다. 뭐 워낙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냥 한가지 폰트로 쓰여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읽었겠지만

그래도 종교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는 폰트만 보고도 살짝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뭔가 편집자의 세심한 배려같음ㅋㅋㅋ)

'어찌하여 선악을 불문하고 인류에게 재난은 닥쳐오는가',

'부유한 자, 힘쎈 자, 권세 있는 자는 예수님의 말씀에서는 무(無)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세상에서는 전부인가.

가난한 자, 병든 자, 버림받은 자는 예수님의 말씀에서는 전부였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어찌 무(無)인가',

'세상은 믿기 위한 미신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종교야말로 그 같은 미신의 가장 기교로운 형태가 아닐는지'

p.71

전지(全知)하신 그분께서 아벨이 눈앞에서 맞아 죽는 걸 그대로 보아 넘긴 것은 카인의 살인을 용서한 것 이상의 뜻이 있습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카인의 살인을 교사했다고도 할 수 있지요.

이를테면, 카인을 통해 살인이란 범죄의 유형과 악성(惡性)을 보여주고,

그 처벌을 통하여 잠재적인 범인이라고 할 수도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심리적인 강제나 위하(威嚇)를 준다든가 하는.

p.107



나는 무교다. 어린시절 달란트 받는 재미에 한동안 교회를 나간적이 있고

성당다니는 친구의 세례명과 기도할때쓰는 면사포?랑 묵주가 예뻐서 성당도 몇번 가봤고ㅋㅋㅋ

할머니따라 절에도 몇번 가보고...

뭐... 실질적으론 산 속에 있는 조용한 절에가면 뭔가 심적으로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서그런가 책의 내용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런면에서 독실한 신자가 보기엔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리석은 믿음입니다. 만약 우리의 신이 그토록 자비롭고 사랑에 넘친 분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애매한 자유를 우리에게 주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아담은 감히 선악과를 따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원죄의 굴레를 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유가 꼭 주어져야만 했다면, 금지규범을 만들지 않아야 했지요.

그랬다면 아담이 선악과를 땄더라도 죄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p.110

더 추한것이 있다고 해서 좀 덜 추한 것이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더 불합리한 신들이 있다고 해서 좀 덜 불합리한 내 종족의 신이 완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의 아들은 정말 말 그대로 '사람의 아들'이다

남경사는 타살이 확실한 민요섭의 죽음의 단서를 찾는 중에 그의 옛집에서 그가 쓴 노트 속의 소설을 읽게 되는데

그 소설속에 등장하는 아하스 페르츠가 바로 그 '사람의 아들'이다.

아하스 페르츠는 모두에게 촉망받던 어린시절을 지나 커가면서 점점 신의 존재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게된다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각 국의 신들을 공부하지만

이렇다할 해답을 얻지 못한다

"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당신은 인간의 죄를 사하러 온 게 아니라 더하러 왔소.

지난날 당신이 보았던 기적의 반만 가지고도 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당신이

굳이 비참한 모습으로 그걸 감수하는 것은 바로 더 따가운 죄책의 가시를 인간의 마음에다 찔러넣겠다는 거지요?

인간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저질렀던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죄 -

하느님의 아들을 학대하고 죽인죄를 짓게 하고 그 죄의식과 공포에 떠밀려 당신들을 향해 달려가게 만들겠다는 거지요?"

"나는 알 수 없소. 오직 아버지의 뜻일 뿐."

p.319

만약 너희가 진정으로 믿고 섬겨야 할 신이 있다면 그는 바로 그때의 하나로 된 우리이다.

그날의 '하나된 우리'는 너희 믿음이나 섬김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위대하고 또 완전하므로, 번거로운 제계와 의식으로 시간과 재물을 낭비하는 너희를 우리는 오히려 민망히 여기리라.

...

우리의 성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처럼 우리가 기뻐함을 자랑으로 삼으려 하지 마라. 우리는 너희 악을 꾸짖거나 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 창조의 일부이므로. 선을 높이고 상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우리에게서 간 것이므로.

우리가 준 게 무엇이든 너희는 겨자씨만 한 것도 더하거나 덜하지 못한다.

p.370

뒷부분에는 마치 하나님이 예수를 지상으로 보낸것처럼

'지혜의 신'(기독교에서 말하는 악)이 아하스 페르츠를 지상으로 보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있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듯이 '지혜의 신'에 대한 기록은

많은 예수쟁이들이 이미 악으로 단정한 부분이 많아 객관적인 자료로써의 기록이 부족해서

뒤로갈수록 이야기의 힘은 조금 딸린다(고 책속의 남경사가 말하는데 사실 난 잘 모르겠음ㅋ)

종교인이든 아니든 철학적으로 생각할거리가 굉장히 많은 책인 것 같다

1독으로는 완전히 흡수할 수 없는 내용이라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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