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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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제도, 봉건 제도, 농노 제도 > 자본 주의 > 경제 자본, 금융 자본 > 소비 사회, 계획적 구식화, 생산량 증가 > 원자재, 에너지 낭비, 쓰레기 증가, 낮음 임금, 많은 판매, 환경 오염, 잉여 가치 공유하지 않음, 불평등한 세금, 빚, 불평등 거래 > 세계 시장 자유 확대, 소수 자본주의자들에게 이익 돌아감, 빈곤 증가. 결국 부를 축적하려는 이기주의가 빈곤을 증가시킨다.

별점: ★★★★☆

1/ 자본자의가 불러온 재앙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산 방식은 무수히 많은 범죄를 낳았단다. 또한 날마다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의학이 벌써 오래전에 정복한 전염병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이들이 대량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에도 책임이 있어. 이것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 토양과 해양 오염, 숲의 파괴 등도 모두 자본주의 생산 방식이 가져온 재앙이란다.

현재 우리의 허약한 지구엔 76억 명이 살고 있는데(2017년 12월 기준-옮긴이), 그중에서 약 48억 명은 소위 ‘남반구’로 상징되는 가난한 나라들에 거주하고 있고, 그들 가운데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만도 수억 명에 이른단다.
세계에서 10억 명 가량은(세계은행은 이들을 ‘극빈자extrêmement pauvres’라고 부른단다)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산다고 봐야 해. 이런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관심사란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고작 10년 동안 세계 총생산은 2배 증가했고, 세계 무역량은 3배 증가했어. 한편 에너지 소비는 평균적으로 4년마다 2배씩 증가하지. 새 천년이 시작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는 물자의 풍족함을 누리고 있어.
인간의 노동과 재능, 천재성은 공동의 선, 즉 우리 모두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마땅하지. 소수의 안락과 호사, 권력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야.

2/ 수백 년 묵은 투쟁의 역사
‘자본주의 Capitalisme’라는 용어는 라틴어에서 ‘머리’를 뜻하는 단어 ‘caput’에서 유래했지. 원래 라틴어의 이 말은 경제 분야에서 가축의 머리를 가리켰어. 거기에서 파생된 ‘자본 capital’이라는 말은 12~13세기에 처음 선보였는데, 원금이나 투자금처럼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이익을 만들어내야 할 종잣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단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이 말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통용되기 시작했어.
“일부에 의한, 타인을 배제한, 독점적인 자본의 전유”라는 뜻으로.
‘수입의 원천으로서의 자본이 일반적으로 노동을 통해 그것을 생산한 자들에게 속하지 않도록 조직된 경제적, 사회적 체제’라는 의미로.
그러니까 ‘자본주의’라는 말은 2가지 근본 개념과 연관 지어 파악되어야 한다는 게야. 하나는 돈의 총체로서의 ‘자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노동자들이 희생한 대가로 부자가 되어가는 ‘자본 관리자’ 혹은 사회적 주체로서의 ‘자본주의자’라는 개념 말이지.
수천 년 전부터 벌써 땅이나 생산 도구, 물길, 근사한 궁궐, 이동 수단, 값비싼 식재료, 금·은 식기, 호사스러운 옷과 보석 등의 재물을 많이 가진 부자들이 있었단다. 그리고 부자들에게는 권력도 함께 주어졌지. 이 부자들은 먼 옛날에도 자기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자기들의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들을 소유할 수 있었어.
자유라고는 전혀 없는 이런 남자, 여자, 아이 들은 상품처럼 사고팔 수 있는 존재였어. 이 ‘노예들’을 소유한 주인은 그들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도 가졌지. 이와 같은 오래된 사회적 생산 체제를 ‘노예 제도’라고 부른단다. 고대에는 노예 제도가 널리 퍼져 있었어.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았어. 바로 ‘봉건 제도’라고 하는 체제였단다. 봉건 제도는 한마디로 토지(봉토 fief)의 소유를 토대로 그 위에 복잡한 관계망을 결합했다고 보면 되는데, 그 관계망이라는 게 말이지…. 우선 군주(황제, 왕, 제후 등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광대한 토지를 가진 사람들), 다음으로 지역 소유주와 영주, 그들의 봉신(이들은 동시에 자기들보다 지위가 낮은 자들에게는 봉건 영주가 되기도 한단다), 그리고 그 땅에 사는 백성들로 이어지는 굉장히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른 관계였어. 땅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 즉 ‘농노 serf’는 ‘농노 신분 servage’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었지. 비록 그들도 신의 아들딸(기독교 신앙을 공유한 형제자매)로서 몇몇 권리는 인정받았지만 말이야.
농노들은 땅에 매여 있으면서 그 땅의 주인을 위해 일을 해야 했어. 그 대신 땅 주인은 그들을 보호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고. 노예 제도와 봉건 제도의 차이는 농노의 법적 지위에 있단다. 농노는 노예와 달리 물건 취급은 받지 않았다는 말이야. 법적으로 인격을 인정받았으니까.
봉토는 자유로운 인간들, 즉 봉신들이 제공하는 의무와 섬김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망의 중추신경이란다. 여기서 의무와 섬김이란 주로 영주의 땅을 방어하거나 영주의 이름으로 다른 땅을 정복하는 군사적인 의무를 말하고, 간혹 영주에게 이득이 되는 조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어.
도시에서는 봉건 제도와 농노 제도에 대항하여 새로운 형태의 생산 방식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자본주의 방식이었던 게야.
마르크스는 이 새로운 방식이 나타난 시기는 16세기이고 그것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는 18세기 말, 즉 몇몇 기술혁명과 노동의 기계화가 이루어지며 ‘부르주아 bourgeois’라고 하는 새로운 사회 계층이 눈에 띄게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시기라고 콕 집어서 말하지.
12~13세기에 걸쳐 땅보다 연장의 소유가 점점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연장을 가진 새로운 사회 계급, 즉 ‘도시 부르주아’가 출현했고 이들은 봉건 영주들에게 대항하는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되었어.
‘노동 수입’ 또는 ‘근로 소득’이란 노동자들의 경우 급여를 말하고, 자유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가리킨단다. 한편, ‘자본 소득’, 즉 자본이 벌어들인 수입엔 여러 종류가 있지. 돈을 빌려주고 얻는 이자, 땅에서 나오는 지대, 부동산 임대를 통한 월세, 특허권 사용료, 각종 인허가, 상표권,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나눠주는 이윤 같은 것이 모두 여기에 해당되는 거지. 잉여 가치는 자본가가 벌어들인 수입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 잉여 가치는 그가 생산 또는 판매를 위해 투자한 것과 벌어들인 것 사이의 차이를 말하니까.
지난 3세기 동안 라틴아메리카 인디언들, 그것도 대부분 네 나이 또래의 어린 사람들 수백만 명이 광산에서 죽었단다. 스페인 국왕이 그처럼 경이로운 건축물을 짓는 데 이들이 희생된 거지
덕분에 스페인은 이곳에서 3세기 동안 은 광석 4만 톤을 캐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마라, 케추아, 모소, 과라니 족에 속하는 인디언 4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 정해진 양만큼의 은 광석을 캐내지 못한 광부는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거든.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만 그런 건 아니었어. 프랑스의 지배 계급들도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지. 잔혹함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자본의 원시 축적’ 방식도 이베리아반도 사람들(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 혹은 영국 사람들 방식에 못지않았지. 너도 파리의 대로변에 늘어선 우아한 부르주아 건물들이며 교각, 웅장한 기념물들을 봤지? 마르세유의 카네비에르 Canebière 대로나 가론 Garonne 강변에 위치한 보르도의 호화 저택들도 봤고? 그것들도 다 대서양 건너 대륙에 살던 사람들의 피땀과 절망, 고통의 대가로 지어진 것들이란다.

3/ 사유재산권이라는 중대한 실수
프랑스 대혁명은 말이다, 18세기 유럽에서 부르주아 자본가들이 거둔 정치적, 이념적, 경제적 승리라고 할 수 있어. 부르주아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사회 변혁을 일으키는 힘이 분출될 수 있도록 이 혁명이 물꼬를 터준 셈이지. 그 결과 새로운 정치 체제가 나타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들이 정비되었으며, 부르주아 계층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생겨나 이것이 모두에게 강요되기에 이르렀지.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중심엔 사유재산권이 있단다.
사유재산, 그리고 사유재산의 절대적인 보호는 집단의 이익을 희생할 뿐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자 흉물스럽기 그지없는 자본주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많은 혁명주의자들은 장 자크 루소의 사상에 깊이 영향을 받았어. 그라쿠스 바뵈프 Gracchus Babeuf, 자크 루 Jacques Roux를 비롯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혁명으로 득을 본 자들을 비판하면서, 로베스피에르에게 격하게 반기를 들었지. 이들은 사유재산권 폐지, 토지와 생산 수단의 집단 소유를 주장했어.
그 뒤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어진 모든 정치 체제는 자본주의자들의 지배를 확인해주었단다.

4/ 아이들이 광산으로 떠나는 이유
‘독점화’는 하나의 경제에서 사용 가능한 자본을 누군가가 독차지하는 걸 뜻하지. 말하자면 경쟁을 없애버리고 혼자서 특정 상품을 만들어서 그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거야. 그리고 ‘다국적화’는 그 같은 독점이 전 지구적으로, 그러니까 특정한 한 나라만이 아니라 국경에 무관하게 여러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는 뜻이고.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배하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생겨나는 데 ‘우호적인 상황’을 만들어준 두 번째 사건이 뭐냐면, 인간의 창의성 덕분에 쉼 없이 진행된 기술혁명이지. 특히 20세기 서양의 전자, 정보, 천체물리, 통신 분야에서 말이다.
자본은 편의상 내가 앞서 설명한 ‘경제 자본’과 ‘금융 자본’으로 구분하거든. 민간 다국적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수백억 유로 혹은 달러는 금융 자본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특이한 자본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면서 다른 모든 형태의 자본들 위에 군림한단다. 이 자본은 실제적인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얻은 자산이 아니라 엄격하게 금융 자산으로 분리되지.
금융 자산은 말하자면 거래소를 거처로 삼는 자산이란다.
거래소는 아닌 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상품, 원자재, 화폐, 증권 등의 자산을 교환하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요컨대 사업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정착시킨 제도지. 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은 금융 시장의 중개인이라고 보면 된단다.
회사를 세우기 위해서 혹은 이미 세운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업가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그들은 그 대가로 주식을 받는 거야. 자기 회사가 거래소에 등록을 하면 주식의 가치는 주식 시장의 판도에 따르게 되는 거지. 매 순간 도쿄, 뉴욕 혹은 다른 곳에 있는 거래소 트레이더들에 의해 결정된 주가는 회사 경영자의 결정을 좌우할 뿐 아니라 경영자 개인의 경력도 좌지우지한단다.
회사를 세우기 위해서 혹은 이미 세운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업가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그들은 그 대가로 주식을 받는 거야. 자기 회사가 거래소에 등록을 하면 주식의 가치는 주식 시장의 판도에 따르게 되는 거지. 매 순간 도쿄, 뉴욕 혹은 다른 곳에 있는 거래소 트레이더들에 의해 결정된 주가는 회사 경영자의 결정을 좌우할 뿐 아니라 경영자 개인의 경력도 좌지우지한단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채굴된 광물의 이력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안을 미국 의회에 제출했단다. 오바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러한 ‘갈등 유발 광물 conflict-minerals’은 북아메리카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
대다수의 광석들은 녹일 수가 있거든. 다른 합법적인 광물들과 혼합될 수 있다는 말이지. 게다가, 엄청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광산계의 거물들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오바마의 법률안이 폐기되도록 똘똘 뭉쳤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광산 재벌인 글렌코어는 지주회사, 그러니까 모든 이익 센터의 상부에 군림하는 회사를 스위스의 추크 Zoug 주에 등록했어. 그런데 이 조세 피난처에서는 지주회사의 연간 과세 부담이 실제 매출액의 0.2퍼센트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글렌코어제국의 해도 절대 지지 않는다고 해야겠지….
오바마에 이어서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가 광산 거인들 앞에 납작 엎드렸다는 말이지. 그가 그런 회사들을 방해하던 성가신 법을 없애버렸어.

5/ 풍요의 경제 뒤, 어두운 이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자본의 축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그래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면, 항상 더 많은 양의, 더 다양화된, 더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생산이 필요했어. 그러려면 생산 리듬의 가속화가 필수적이었지. 그 결과, 소비 사회는 그 사회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해 ‘풍요’라고 하는 것을 창출해냈어. 소비 사회가 섬기는 여신이란 다름 아니라 상품들이지. 소비자들은 상품에게 영혼을 파는 셈이야.
소비 사회는 아주 간단한 몇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세워졌단다. 구성원들은 사도록, 다시 말해서 소비하도록, 산 것을 버리고 또다시 최대한 많은 양의 상품을 사들이도록, 필요하지 않아도 자꾸 새로운 상품을 사도록 부추김을 받는 거야. 그러자니 그 상품들은 애초부터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 가능하도록 기획되었고.
이렇게 교체 리듬이 가속화되도록 고의로 물건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을 흔히 ‘계획적 구식화’라고들 한단다. 일부 제조업자들은 자기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의 내구성 또는 지속성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물건을 유통하기 위해 별의별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다 동원한단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풍요의 경제엔 어두운 이면이 있게 마련이야.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와 에너지 낭비, 풍요로의 접근성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쓰레기 처리,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소비로 인한 인류 정신의 붕괴, 소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입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사회 불안, 물건이 평가절하되고 더 나아가서 유용성마저 사라지는 현상 등이 여기에 해당되겠지. 그리고 이 지구에 사는 주민의 4분의 3은 이와 같은 풍요를 전혀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지.
네가 입고 있는 옷을 만든 어린 봉제공들은 영양실조와 빈곤에 시달릴 뿐 아니라, 그들의 일터인 고층 콘크리트 병영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까닭에 붕괴되는 경우도 있지.
노동자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돈 많은 부자 나라들의 시장을 선점해서 싼값으로 최대한 많은 물건들을 파는 것. 그게 자본주의자들이 바라는 거야. 그런 방식이 제일 잘 통하는 분야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의류, 완구, 휴대전화 등일 거야.
자본주의자들은 아주 체계적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단다. 네가 군도의 어느 귀퉁이에 살건 각종 오염이 너를 죽일 수 있어. 죽이지는 않더라도 병들게는 할 수 있지. 많은 대도시의 공기는 이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거든. 우리 호흡기를 공격해 암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로 가득 찼으니까. 물도 마찬가지야. 오염된 상수원, 지하수, 강물 때문에 수백만 명이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수질 오염 또는 불충분한 하수 처리는 제3세계만의 문제가 아니야….
2017년, 국제 학술조사 위원회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땅속이나 대기 중에 사는 곤충의 수가 80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내놓았어.
아마도 자본주의적 농업 경영 방식, 살충제 남용, 최대 이익 추구, 죽음을 초래할 정도로 마구 쏟아붓는 화학 비료 사용 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6/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불평등이야말로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자양분이 되어주거든. 자본주의 생산 방식은 날이 갈수록 부자들의 자유는 눈에 띄게 확대해주는 반면, 가난한 자들의 자유는 그에 비례해서 극적으로 축소해버린단다. 불평등뿐만 아니라 생산물의 잉여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재분배하지 않는 데서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기막힌 효율성이 태어나는 법이니까. 자본주의 생산 방식이란, 지극히 폐쇄적이면서 피해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경제 전략을 밀고 나간단다.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해로운 불평등 가운데 하나가 세금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어찌 된 일인지 무지무지 부자인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 내키는 대로 세금을 내는 것 같아 보이거든. 그 어느 주권국가의 세무 담당 관리도 그들에게는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카리브해 연안이나 태평양 연안, 혹은 그 외 세계 곳곳에 적지 않은 조세 천국이 존재하는 걸 보면 자연히 그런 절망감이 들게 마련이지.

7/ 빚더미 위의 검은 아프리카
빚이야말로 이 세상의 식인적인 체제와 모든 세계화된 소수 금융 자본 지배자들의 세력을 공고히 해주는 결정적인 무기라는 사실 말이다!
탈식민지화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후 몇 년 동안,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기구들은 제3세계 국가들에게 대대적으로 돈을 빌려주었지. 서구 자본주의 방식으로 자기 나라를 산업화하고 국가 인프라를 개발하라는 취지에서였어. 식민 국가들은 사라졌지만, 과거 식민 제국을 일구었던 나라들은 과거의 식민지에 널려 있는 부를 계속해서 착취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곳에 자기들을 위한 시장을 열고자 했어. 일부 독재 정권들은 이러한 빌린 자금을 이용해서 무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전쟁을 일으키는가 하면,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억압 수단의 사용도 주저하지 않았지.
빚을 얻어 쓴 가난한 나라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혈관 압박기 때문에 질식하게 되면, 다시 말해서 빚을 진 은행들에게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 나라는 지불 유예를 신청하게 된단다. 지불 유예 신청이란 채무자가 당장 상환을 할 능력이 없으니, 빚을 갚아야 하는 마감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빚의 일부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하는 거야.
그러면 채권자 은행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지. 말하자면 채무자의 요청을 부분적으로 수락해주면서 여기에 가혹한 조건을 다는 거야. 가령 몇 개 되지도 않는 수익 기업, 광산, 통신 같은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거나 해외에 판다는 조건 같은 것을 붙인단 말이지. 해외에 판다는 건 곧 채권자들에게 넘긴다는 말이나 마찬가지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에서 활동 중인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금융 특혜를 허가해주라거나, 강제로 채권 국가들의 무기를 구입하여 민간인 군대를 양성하라는 식의 조건이 따라붙기도 하지.
오늘날엔 빚을 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국가 간 거래의 불평등에 있다고 봐야 한단다. 채무 국가들은 상당수가 원자재, 특히 면화나 커피, 사탕수수, 땅콩, 카카오 같은 농산품을 생산하는 나라들이지. 그리고 이들은 공산품, 가령 기계며 트럭, 의약품, 시멘트 같은 물품들을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야. 그런데 세계 시장에서 지난 수십 년 사이에 공업 제품의 가격은 거의 6배나 뛰어오른 반면 농업 원자재 가격은 끊임없이 하락을 거듭했어. 커피나 사탕수수 같은 일부 생산물의 가격은 완전히 폭락했다고 봐야지. 이렇게 되니까 파산을 막기 위해서 채무 국가들은 또다시 빚을 얻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거란다.
그 나라들 가운데 더러는 정기적으로 채무 변제 불가능 국가가 된단다. 채권자인 대형 은행들에게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는 말이지. 그럴 경우 파산 상태의 나라가 “나는 더 이상 지불할 능력이 없으니 내 빚을 줄여줄 협상을 합시다”라고 말하지. 그러면 경우에 따라서 채권 은행이 이를 수락할 수도 있어. 돈을 빌려준 은행 입장에서는 전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30~40퍼센트 정도라도 돌려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렇게 되면 채무 국가는 채권이라고 하는 증서를 새로이 작성하는 거야. 처음에 비해서 60~70퍼센트 정도 내려간 액수의 채권이 만들어지게 돼.
그런데 예전 채권도 여전히 시중에 돌아다닌다는 것이 문제란다. 바하마, 퀴라소Curaçao, 저지 Jersey 섬 같은 조세 천국에 주소를 둔 투자기금들이 이 예전 채권들을 헐값에 사들인 다음, 뉴욕이나 런던 같은 도시의 법원에 가서 채권에 적힌 원래 액수 그대로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는 거지. 이 경우 일반적으로 원고 승소 판결이 나는 편이고! 이런 투자기금들을 관용적으로 ‘벌처펀드’라고 부르는데, 죽은 혹은 죽어가는 동물들의 고기를 양식으로 삼는 독수리 부류의 행태에 빗댄 표현이란다.
채권 은행들은 침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 가운데 대다수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거든. 벌처펀드가 얻어낸 이익이 누가 봐도 눈이 돌아갈 만큼 막대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대형 은행들이 바로 그 같은 벌처펀드의 대주주들이란다.
빚을 줄이는 협상이 시작되면 채권자인 대형 은행의 수장들은 빚 때문에 허덕이는 채무국의 재무부에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 그 나라 관계 부서 장관들과 마주 보고 앉게 되지. 협상이 끝나면 뉴욕이나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등지의 에어컨 잘 들어오는 자기들 집무실로 돌아가서, 벌처펀드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대출을 허가해주는 거야.

8/ 무제한적인 이익을 향한 광기
10년 남짓한 기간인 1992년부터 2002년 사이에 세계 총생산은 2배가 되었고, 세계 무역량은 3배로 증가했어. 그런데 그와 동시에 남반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빈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단다. 세계 시장의 자유화는 더 빨리, 더 멀리 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빈곤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말이지.
다시 말하자면 세계 시장이 더 빠르게 자유화됨으로써 발생한 이익은 거의 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 자본주의자들에게만 돌아간 거란다.

9/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한가
자본주의를 개혁하기란 불가능해. 완전히 파괴해야 해. 전적으로, 과격하게. 그래야 새로운 세계 사회경제 질서가 창조될 수 있을 테니까.
유토피아는 아주 멋진 역사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 유토피아는 물론 꿈을 가리키지만, 그 꿈은 우리 안에서 깨어 있는 꿈이고, 우리의 의식에 깃들어 있는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야. 새로운 세계, 행복하고 보다 더 정의로운 세계를 우리가 요구하는 거라고.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은 첫째도 둘째도 이익이지. 그러니 모든 개인들과 민족들 사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만 있을 뿐이야. 자본의 원리는 대결에, 전쟁에, 약자를 짓밟아버리는 데 있어. 때문에 자본주의는 전쟁으로부터 마르지 않는 이익을 퍼 올린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구나. 파괴하고, 재건하고, 무기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거지.
조라야, 다시 한번 거듭 말하거니와 자본주의 체제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평화로운 가운데 개혁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소수 부자들의 양팔을 부러뜨려야만 한다고.
봉기의 힘은 우리 각자가 ‘이런 세상을 언제까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이성적으로 거부하는 데 있어. 절망과 기근, 비참함, 고통, 절대다수가 당하는 착취 등이 소수, 즉 일반적으로 백인이며 자신이 누리는 혜택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자들의 복지를 위한 자양분이 되는 세상 말이다.
1억 2,000만 명에 이르는 소작인, 소농, 일용직 농업 노동자들의 조직인 비아 캄파 시나 La Via Campesina, 성차별과 폭력에 맞서서 싸우는 여성운동 모임, 자연과 생물 다양성에 가해지는 위협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그린피스, 투기 자본으로 인한 폐해를 제한하려는 아탁 Attac, 최소한의 인권 존중을 위해 싸우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그 외에도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수천수만의 크고 작은 사회적, 반자본주의적 운동들이 활동하고 있어. 이들이 모두 한데 모이면 신비한 형제애가 형성되고, 이러한 연대감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강력한 힘이 되어 자본주의라는 야만에 맞서 투쟁하게 되는 게지. 현재 지구상에는 이렇듯 각성한 사람들이 수억 명에 이른단다.
20세기에 공산주의를 통해서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어. 약간의 성과는 얻었지. 인류의 해방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마련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곧 역부족임이 드러났고, 그렇기 때문에 격렬하게 공격받았어. 자본주의가 승리한 거지. 오늘날 중국을 보렴.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공산주의 정부라면서도 자본주의 시장을 토대로 경제를 꾸려가잖니.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투쟁에 참가하는 전사 각각이 자기 안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있어. 그걸 다른 말로는 가치관이라고 하지.
프랑스 대혁명은 세계 역사를 뒤엎었지. 봉건제도를 무너뜨렸고, 지구에 살던 수억 명의 인간들을 해방시켰어. 그 혁명이 계획한 프로그램, 만들고자 의도한 제도, 전략은 뭐였을까? 그건 인간 속에 깃들어 있던 자유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해방을 맞으면서 태어나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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