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 여행의 달인이 쓴 여행기이다.
인도에 내가 직접 다녀온 것처럼 생상한 여행기였다. 인도인들의 깨달음이란 깨닫지 못한 그 상태를 깨달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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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을 살면서도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푸웅푸웅 고무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 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니까. 오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나는 부서지기 직전인 나무침대에 누워 천장에 뚫린 큼지막한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구멍으로 별들이 유성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우주 전체가 쿠리 마을과 비냔나무와, 5루피를 떼어먹은 노인의 집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듯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에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그대는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나?

여기에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마구 화를 내든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왜 어리석게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쪽을 택하겠습니까?

신은 자만심에 차 있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신을 필요로 하지만, 자만심에 찬 사람은 신이 없이도 잘 사랑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뭘 배웠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주려고 하지 말고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걸 조금만 주어라.

불에 타버린 밧줄은 그 형태가 그대로 있다 해도 물건을 묶을 수 없고, 불에 한번 구운 그릇은 그 깨진 조각으로 다신 그릇을 만들 수 없다. 또 일단 불에 익힌 쌀은 땅에 심어도 다시 싹이 트지 않는다. 한번 사랑에 자신을 바친 사람은 이와 같아야 한다.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가? 내가 묻자 스리나가르 시의 인도인이 대꾸했다. 당신들은 왜 쉬지 않는가?

사람들은 곧잘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를 초월하는 자세가 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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