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 흥미로워서 선택한 책이다. 동학은 100년이 넘은 역사적 사실인데 이것을 제대로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소설은 대화체로 호흡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영화처럼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소재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몰입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렇지만 당시 시대상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을텐데 사람들이 관심 많이 갖지 않는 동학이란 소재를 택했다는 것이 한편 대단해 보인다.
저자가 누구인가를 봤더니 방송작가인 모양이다. 기자출신이라서 역시 글솜씨가 좋은가 보다. 주경야독하며 밤에는 창작활동을 하다니 멋지다. 동학 100주년 발상지를 가다를 신문사에서 연재한 적이 있어서 자료를 너무 많이 본것 같다. 가끔 자료를 많이 본 글은 정리가 잘 안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학의 초대교주 최시형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는 근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통상 근현대 시기구분론에서 강화도조약을 택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일본에 의한 것이고 우리 자발적인 근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1894년 동학 농민운동이야말로 아래로부터 근대의 열망이 아닌가.
탐관오리로 부터의 농민저항 말이다.
근대를 상징하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 있다. " 나는 누구도 감히 건너려 하지 않았던 조선이라는 다리를 건너고자 했고. 금지된 다리를 건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겠소? 때로는 다치거나 귀양을 가거나 죽어야만 했소. 주자의 나라 조선은 다른 길을 모색하는 자를 이단으로 몰았소. 그래도 나는 숨 막히는 나라 강토를 바꾸고 싶었소." 1대, 2대 3대까지 이어진 이 시기 동학교주등은 안타깝게도 처형당했다.
천주교도들도 박해받았고 말이다.
이 책에는 흥선대원군이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데 항상 궁금하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은 발전을 후퇴한 것인가 자주성을 조금 더 확보한 것인가 말이다. 이 책에서 보면 흥선대원군은 최시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본에게 공동대응하기 위해서이다. 그렇지만 본인의 기득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연대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처럼 해월 최시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종에게 동학당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현재 데모단이 떠오르는 일면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지만 동학이 성공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완전이 성공하면 일제강점기를 맞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