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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지 않는다
김삼진 지음 / 북인 / 2015년 5월
평점 :
나는 늙지 않는다는 치매부모님을 모시고 산 이야기를 엮은 수필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왜 이 제목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늙은 나이의 저자이지만 부모님과 더불어사니까 상대적으로 젊다는 뜻이 아닐까. 아니면 마음만 늙지 않았다인가? 대충 그렇게 생각했다.
알다시피 치매는 치료약이 없다. 신체는 건강하기 때문에 걸려서 오래 사시는데 대소변 문제등 다른 중병 못지 않게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힘든병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99세와 95세의 부모님과 같이 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우선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싶다. 최근 고향 부산에 계신 어머니가 홀로 되셔서 주택에 혼자 주무시는것을 무서워하고 있으시다. 나보고 어머니와 살았으면 좋겠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전에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냥 지금처럼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자식들도 병간호를 부담스러워하고 요양원에 보내지 않는가.... 나도 만약에 어머니가 치매가 생기신다면 저렇게 모시고 살수 있을까라고 자문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장가타령]
장가타령이 제일 웃겼다. 가족들이 결혼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더니 치매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장가를 보내달라고 했다. 부인을 어머니로 부르는것도 기분이 나쁠 판인데 장가까지 보내달라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하도 장가보내달라고 성화하셔서 어머니가 하루는 버럭 화를 냈다고 했다. 70년간 나랑 살았는데 여자가 생긴거냐고. 누구랑 결혼하려는 거라고 말이다.
[타임머신]
치매 아버지는 타임머신을 탄다. 5남매의 대학등록금을 한창 걱정할때로도 가고... 이런걸 보면 인상적이었던 기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오는가보다. 나도 치매할머니와 몇달간 산적이 있다. 물론 딴 방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분은 당신의 딸을 못알아보시고 죽은 아들을 그렇게 찾았다고 한다. 상처나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다. 이걸 보면 스트레스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혹시 나중에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가 제일 두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관을 깨끗하게 해야겠는데 말이다.
이 책 발문에 보면 이런말이 있다. "수필인것 같으면서도 아니고 아닌듯 하면서도 수필이며, 독자를 외롭게 하지 않는다" 동감하면서 이 구절을 읽었다.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치매부모님과의 스토리이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잔잔한 웃음을 띄게 했다. 게다가 저자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니... 나는 일년에 논문한편도 못쓰는데 , 반성해야겠다. 이 책의 동기는 부모님에게 책을 안겨드린다는 것이었다. 나도 언젠가 책을 써서 부모님에게 선물하고 싶다.